[eBook] 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1572579280666.jpg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아는 것'이 치료의 기초이자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하오선생, 한국독자들에게)

 

엄마는 노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약의 도움을 받으며 잘 지내시다가도 한번씩 심해지실 때가 있다. 얼마 전에 대학병원 정신과 내원을 함께 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책을 읽는 마음이 남다르기도 했다. 약을 의지하시는 엄마와 약 처방전후의 증세 비교에만 집중하는 의사를 보면서 마음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정신과 진료시간은 좀 특별하지 않을까, 환자의 마음을 더 살펴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정신과 의사 하오선생님은 참 특별하다. 제목처럼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다. 환자들을 대하는 방식과 생각이 다르다. 정신 질환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는 것처럼 우리 몸이 아픈 것일 뿐이라고(이건 많이 들어본 이야기), 정신 질환 환자들에게도 귀여운 구석이 참으로 많다고(요 구절에서 빵! 웃김)...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선생님이 더 귀엽게 느껴진다. 평소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방식이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심각하거나 진지함보다는 유머스러움이 넘친다. 일명 개그드립. 책에 소개된 환자들의 상황이나 개인적인 애피소드도 분명 웃을 일이 아닌데 읽다보면 소리내어 웃게 되는 페이지가 많다. 그런데 웃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읽다보면 '환자'의 마음을 제일 우선 생각하는 하오 선생의 진심이 느껴진다.

 

어느 혼란형 조현병 환자는 병원 인턴 의사를 교통사고로 죽은 자신의 남편으로 생각한다. 그로 인한 어려움을 인턴이 호소하자 하오 선생은 이런 말을 한다.

"네 말이 맞아. 의사는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이지. 근데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을 써야지. 베푼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법, 초조해하지마. 익숙해질 거니까." 라고. 마음도 써주는 의사라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눈물나고 고맙다.

 

대학 동창 펑위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다. 또 공부도 되었다. '아는 것'이 치료의 기초이자 시작이라고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정신질환 지식은 지극히 단편적임을 알았다. 지식이 없다는 건 환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는 매일 펑위와 같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들은 저마다 현실에 대한 괴로움으로 심리적 억압과 우울, 절망을 겪고 있으며 자신을 믿지 못하고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두운 구석에 혼자 고립되어 있곤 했다. 이런 '영혼의 감기'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는 정신과 의사면서도, 친구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떠나보내고 말았다. 마치 펑위가 우리 집 문 앞에서 쓰러져버린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마음이 못내 복잡했다.

(162쪽, 우울한 새집)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 아니라 병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뇌의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좋게 생각하라'든가 '기분 풀어라' 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 그들은 즐거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이미 잃은 상태다.

(170쪽)

 

 

편집형 조현병, 급성공황장애,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강박증, 자폐증, 병적 도박증, 폐쇄공포증, 안면실인증(안면인식장애), 스톡홀릭증후군, 노인성 우울증... 이렇게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건가 싶기도 했다. 마치 소설같은 스토리를 가진 환자들, 그들의 상황과 증상만 보면 우울해지지만 하오 선생은 전문가답게 어떤 질환인지 분명하게 보고 그 질환에 대한 객관적 지식과 치료 희망을 이야해준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의 에세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엉뚱하고 엽기적이기까지한 대머리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의 글이 코믹에 가깝다는 점이 이 책의 포인트이다. 읽다 보면 웃게 되고, 공감하게 되고, 내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을 노리신(^^) 게 아닐지!

 

또한 노인성 우울증에 대한 예방은 더위 중요한데, 그 예방법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물리적.정신적으로 자녀들이 관심을 보이고 보살핀다. 둘째, 노인의 취미 활동을 함께한다. 셋째, 되도록 자주 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고 활동하게 한다. 노인들의 세상에 밝은 빛을 조금만 더해주면 우울의 먹구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348쪽)

 

책을 읽고 생각해본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엄마의 마음은 언제 조각났던걸까? 아버지와 불화, 오빠의 미국행...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갔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다시 조금씩, 조금씩 붙여드려야 할 때라는 걸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