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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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최유나 글/ 김현원 그림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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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K 북클럽1기의 두 번째 책이다. 이혼 전문 최유나 변호사가 연재하고 있는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marriage red>는 1년만에 구독자 16만명이 되었단다 . 메리지 레드가 뭘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결혼을 앞둔 남녀들이 겪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일컫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처럼 ‘결혼 생활에 빨간 경보등이 켜진 부부들이 겪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근데 이 용어가 최유나변호사가 만든 신조어라니! 인스타에 화.금요일에 연재했던 웹툰과 함께 곁들인 에세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

내가 남편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혹은 한다면? 이 말의 무게감은 감히 상상히 안간다. 그러나 나 역시 지금 생각해보면 철없던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감정 싸움이 많았던 신혼을 보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선 결혼에 대한 눈물섞인 후회들이 여러 번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성숙해지고 다듬어졌기에 다행이지만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다른 부부들과 가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많이 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일을 좋아했던 저자는 아버지의 권유로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실물과 웹툰 그림이 비슷한데, 이혼 가정들을 안타까워하고 의뢰인들이 행복한 길을 찾길 바라는 변호사님 마음만큼이나 실물이 참 예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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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변호사 이미지는 드라마나 영화속 변호사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스크린 속에 나오는 변호사가 제일 싫다고 하는 최변. 정작 드라마속 캐릭터와 달리 현장에선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의뢰인들로부터 겪는 감정노동이 진짜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 직장이 있던 인천에서는 이혼 소송이 정말 많았고, 상담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이혼 변호사를 도맡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었는데...

직함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결혼식 에피소드, 가정폭력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들의 분노와 공포를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60대 운전자 사건 등 직업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어 주는 대목들에서 '공감해주기'를 항상 실천할 수 있으려면 이렇게 자신의 삶도 솔직히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구나 싶어진다. 또, 이혼 및 위자료청구 등과 관련되어 계속 이어지는 다양한 소송사례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인으로,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을 보는 마음은 흐뭇했다.

 

변호사는 다툼을 다루는 직업이다. 누군가의 편에 서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법정은 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싸움을 하는 곳이다. 내가 법정에서 나의 성향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어쩌면 본분을 망각한 짓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판사님의 감사한 충고대로 더 차갑게 증인의 정곡을 찌르는 신문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었다.

93쪽

2장에서는 최변의 '결혼' 소식이 반가웠다. 결혼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결혼도, 이혼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고 생활에 잠식되는 우리의 감정을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사치라도 부릴 수 있는 나날들이길. 저도 그리고 여러분도."

결혼 후 이혼 소송 의뢰인들이 왜 미혼 변호사가 아닌 가정이 있는 변호사를 원했는지 공감하게 되었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힘든 소송 과정 중에 있는 원고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고 한다. 출산 후에는 예전에는 사건에서 제3자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는 고백... 이런 솔직한 이야기들이 공감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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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정을 통해 이런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변호사님 이혼 안 하게 됐어요. 죄송해요."

자주 일어나는 일이나니 다행스럽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내가 누구랑 먹고살고 싶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많이 어려운 문제다. 나도 여전히 어렵다. 모든 부부가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일 것이다.

206쪽

이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혼하는 게 맞나요?'

그러나 결정은 의뢰인의 몫이지 변호사의 몫이 아니라고 말한다. 밥벌이를 위해서 무조건 소송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이혼하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 쭉 불행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다른 기관을 찾아가라고 한다니, 가정을 생각하는 이혼 전담 변호사라면 당연히 이래야 맞지 싶다.

 

모두가 행복하고 싶어 한다. 이혼해서 행복한 사람, 이혼하지 않아서 행복한 사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내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잘 안다. 의뢰인 스스로 내린 결정을 옆에서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돕는 것. 그 순간들마다 행복을 느낀다는 걸 이 직업을 통해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

293쪽

주변에 이혼한 부부들이 있지만 사실 그 자세한 내막을 알기는 어렵다. 안타깝고 궁금하면서도 일일이 캐묻지 못할 뿐더라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혼 가정의 힘든 속사정들을 대신 들여보는 기회가 되었고(이게 실화인가? 하는 느낌으로 ㅠㅠ), 동시에 직업적으로만 이혼 사건을 보지 않고 그 과정에서 사람, 관계, 행복을 보려 애쓴 최변호사의 인간적인 면이 감동이 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이혼을 돕기도 하고, 그 이혼을 막기도 하는 변호사로 살아내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이야기! 헤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나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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