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동서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아니 많이 들어주었다. 직장일로, 삼남매 육아로, 친정일로 참 버거운 짐을 지고 있는 동서도 이제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인생의 절반 즈음이라 생각하는 마흔, 특별히 여자 마흔을 위한 책이다. 아이를 키우며 일한 워킹맘의 경험으로, 또 심리학 전공자로 실제 상담사로 일하며 만난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꼭 책으로 읽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도 상담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그렇지만 새롭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며, 거창한 꿈이 아니더라도 삶의 소소한 변화로 설레는 40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도 많다는 건 우리 어머니 세대에 비하면 희망적인 모습이다.
책을 읽기 전 나의 마흔은 어땠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남편의 중요한 결정이 나의 서른 아홉에 있었고, 마흔을 맞이하고 지났던 시간은 그렇게 '나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새로운 일과 새로운 집, 아이들의 전학,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20대, 30대 때 보다 더 도전적인,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그런 날들을 보냈다. 몇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그래도 참 젊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따르면 여자 마흔은 특별히 전업주부인 경우엔 더더욱 깊은 공허함에 빠지는 시기이다. 저자 역시 남편의 진급, 아이의 바쁜 학교생활로 그런 심리적 불안과 공허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환경 조건이 다르더라도 늘어나는 주름살과 같은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인 변화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이렇듯 인생의 공허함이 극심해지는 여자 마흔, 이 중요한 시기에 버려야 할 것과 시작해야 할 것이 있음을 말해준다. 버려야할 것은 크게 두가지, '희생'의 마법에서 빠져나올 것과 낡은 인생의 계획표를 수정하라고 한다. 반면 시작해야 할 것은 인생의 남은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으라고, 꿈이 있는 마흔으로 살아가라고, 죽기 전에 안 해봤다고 후회하지 말고 시간이 있을 때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