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유현준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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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로 잘 알려진 유현준 작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를

통해 인문건축학자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었는데

이번엔 그가 유년시절부터 특별하게 기억하는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사색을 담아내었다.

           

처음엔 제목이 좀 뜬금없다 싶었다.

건축학자가 왠 별자리? 하며...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나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평소 에세이를 즐겨 읽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하나하나에도

이렇게 특별한 시선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 좋았다.

           

건축가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생의 여러 공간들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

흑백 사진에 담긴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

그리고 왠지 '유현준'이라면 꼭

빠뜨리지 말아야할 도시 이야기이까지!

           

유년 시절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공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어릴 적 공간도 많이 떠올랐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70,80년대의 시골이었으니

물론 달라도 너무 다른 공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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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다보니

작가가 왜 '도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서울 태생, 구의동과 강남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에

남아있는 풍경은 참 오래된 옛이야기 같다.

40여년 전 쯤의 풍경인데

시골에 살던 내가 상상하기에,

또 지금의 젊은 층들이 상상하기에,

낯설고 진기한 풍경들이 많았다.

        

또 유년시절 소중했던 공간의 경험은

현재 건물을어떤 형태로 지어야할 지에 대한

자신의 건축철학이 싹트는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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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간을 감정과 연관시켜 기억한다.

다양한 공간과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한의원 약초 서랍처럼 여러 개 있다.

디자인을 할 때는 내가 그 공간에서 어떠한 느낌을 받기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한 후 그 서랍에서 필요한 공간을 찾아 대입하는 식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87쪽)

 

유학시절 경험한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는 공간을 통해 배운 다양성이 묻어났고,

특별히 '도시'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저자만의 시선이 남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필연적인 이유에서 나올 때 아름답다.

몽당연필, 조각보, 마포대교의 난간 등을 보면

아름다운 디자인은 필연적인 이유에 앞서

아름다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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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게 보지 않았던 복잡한 도시의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럴 수도 있구나 싶다.

대교, 방음벽, 맨홀뚜껑, 옥탑방...

나 또한 도시라는 공간을 새롭게 읽어내본다.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편은

다른 챕터보다 공간과 감성이 한껏 어울어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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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주변의 공간들을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채색을 해야 한다.

채색을 하는 붓은 전봇대 같은 기둥이 될 수도 있고,

가로등일 수도 있고, 의자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정도의 변화는 여러분이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209쪽)

           

 

청년 시절을 보냈고

아이 셋을 낳고 키웠던 서울,

경기권으로 이사한 후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서울의 추억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그리움이 뭉클하게 밀려오기도 했다.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았던 반지하방도

옆집 창문과 맞닿아 있던 연립주택 2층도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둘러쌓여

신나게 그네타며 놀던 놀이터도 많이 그리웠다.

한강시민공원의 푸른 잔디와

양재천, 경마장, 고궁, 현충원, 선유도...

추억만으로도 참 좋았다.

           

또 침대를 거실 창가에 두면

호텔방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고,

스탠드를 천장으로 비추면 훨씬 더

분위기를 좋게 할 수 있는 등의

공간과 관련된 생활팁도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이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우린 그 순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삶이 모두 대낮처럼 밝을 수 없고

약간의 별빛만 있다면

우리는 그 별빛들로 별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가

그래서 독자들에게 묻고 있었던 것을...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라고...

           

복잡한 도시 속,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딱딱한 사무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시를 사랑할 수 있는 여유를 불어넣어주고,

머무르고 스치는 별스러울 것 없는 일상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별자리를 찾아보도록 권유하는 책이다.

그리고 작가도 이미 그렇게 찾아가고 있었다.

           

사진가 양해철의 사진이 더해져서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던 책!

봄햇살이 따뜻한 날,

혼자 조용히 여행가고 싶어지기도 하고,

서울 한강 벤치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읽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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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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