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바깥바람 11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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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내 안의 아이,

그 접점에서 만나는 어린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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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했기 때문에 어린이 책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화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아이였다. 어른의 껍질을 쓰고 있어도 우리 모두의 내면에 아이가 산다." (책머리에)



형편이 어렵던 시절,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장난감은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은 동네 도서관에 다 읽지 못할 정도로 가득했고, 물려주는 곳도 많았다. 그리고 다른 장난감은 못 사줘도 그림책 만큼은 지갑을 열게하는 힘이 있었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는 그렇게 책으로 보낸 우리집 삼남매의 영유아기의 그리움도 함께 묻어났다. 책육아를 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라면 엄마인 내가 책을 이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을 위해 출간된 책을 더 많이 읽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읽을 때의 행복감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오랫동안 동화 번역가로, 평론가, 편집자로 일해온 최윤정 작가님의 글을 읽는 동안, 동화를 통해 비춰보는 '어른'과 '아이' 그 두 세계를 오가며 '깊은 자아'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의 1부 <내 안의 아이 내 앞의 아이>에서는 여러 유명 작가들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해설 및 주인공인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 주는 부분은 단지 그림책 관련 직업종사자가 아니라 '어린이'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 작가의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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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타계한 그림책의 거장, 영국의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의 작품 '알도'의 해설도 있었고, 책 전반에 어린이 및 청소년 도서를 소개하거나 비평하고 있다. 1997년에 초판 되었던 책에 '내 안의 아이, 내 앞의 아이' 챕터를 덧붙여 개정판으로 다시 옷입은 책인데, 이제서야 이런 책을 만났다니 아쉽기만했다. 소개해주는 여러 책중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 많은 탓에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책을 대하는 마음, 책을 볼줄 아는 눈을 참 가지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가 감지하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의 내면, 그리고 우리가 망각한 우리 안의 아이 마음에는 이처럼 미묘하고도 거친 감정의 드라마가 숨어있다. 아슬아슬하게 그 드라마를 버텨내면서 인간은 아이 시대를 떠나온다. 어머니와 삶이 융합된 유아적 환상의 세계를 떠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그 세계를 떠나오기 전에 아이와 엄마와의 공생적 관계를 충분하게 향유해야 한다. 엄마 품을 충분히 누린 아이만이 엄마 없이 혼자 있는 상태를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27쪽)



아, 내가 그림책을 느꼈던 마음이 바로 그런거였구나 알게되었다. "저마다 성장하느라 잘 떠나보내지 못하고 눌러둔 아이 시대의 감정을 차분히 음미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건네는 심심한 위로의 선물"을 나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특히 더 청소년 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들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미리 정해진 답만을 암기하도록 훈련시키는 교육 방식 때문에 차마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어정쩡하게 존재하는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언뜻언뜻 경험하지만 망각해버리는 온갖 감정의 찌꺼기들을 소화하여 자기 나름의 사유로 통합할 기회를 마련히 주기 위해서이다.(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33쪽)


두 아이를 키우며 어린이 책의 현실을 보았던 작가는 어미의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출판계의 상업적 마케팅에 휘둘리는 부모가 아니라 어른 독자들 역시 '자신'을 위해 어린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어린이 책을 좋아한다. 가끔씩 블로그에 올린 서평과 독후활동이 나의 그런 애정을 보여주는 증거다. 대부분은 감상 위주의 글이였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확실히 전문가다운 비평적 읽기의 진수를 엿보았다. 어린이를 위한 책 한권 가지고 있는 집이 드물던 시절을 뒤로하고 지금은 책 홍수의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좋은 책을 골라주는 일보다 오히려 좋지 못한 책을 걸러주는 일이 더욱 힘든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 그래서 어린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책을 읽지 않고 있는 중학생 아이를 위하여 청소년 책을 읽고 또 읽은 흔 집안 여기저기에 흩어놓아야할 때이구나 싶었다.

 

어린이 책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와 어린이들의 세계를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작가, 화가, 출판계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비판을 던지는 용기와 결국 그 비판 안에는 더 좋은 작품을 향한 '희망'이 있음을 본다. 책을 읽는 동안 좋은 평을 받은 여러 책 중에 읽어 보고 싶은 리스트를 뽑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의 충고처럼 그 리스트가 '내 아이에게 읽히기 위한 책' 리스트가 아니길 빈다. 동화 작가들에게 <제발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쓰지는 말아달라고. 아이들에게 괜찮은 '선물'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 달라고> 한 말이 여운으로 남으며 어린이 책 관련 직종에 몸담고 있는 분들, 아이들과 함께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부모, 학교나 방과후 수업에서 책읽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꼭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활자 큰 다른 책들보다 깨알같이 꽉찬 내용들이 '최윤정 작가'와 '바람의 아이들'에 대한 신뢰를 불러일으키니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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