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를 넘어 세계사를 바라볼 때, 흐릿한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 있다.
국사를 바라볼 때 사용하는 눈 근육과 세계사를 바라볼 때 사용하는 눈 근육이 다르다는 데서 오는 멀미가 있다. 그 멀미를 걷어내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웃나라들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 감각에 연결시켜 보자.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동아시아 천하의 천자국에서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중국, 그 천하의 그늘에 조용히 은거해온 조선, 태평양 끄트머리 섬에서 이윽고 굴기에 나선 일본, 세 나라의 운명이 19세기의
미로에서 어떻게 엇갈렸는지, 서양인들이 몰고 온 근대라는 폭풍에 동아시아 3국이 각기 어떤 식으로 휘말려 들어갔는지, 그들의 몸부림이 세계사에
어떤 이야기를 새겼는지 더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