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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동서양 철학의 새로운 만남
《정의란
무엇인가》로 담아내지 못한 중국의 모습
27세의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 세계적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의 이력은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참 화려하다. 연세대학교 야외 원형극장에서
강의하며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며 대화했던 시간을 뜻깊게 기억하며, 자신의 저술들에 비판적 태도로 참여한 중국 철학 전공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니 철학함의 넓은 포용력 또한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하버드대학 정치철학 교수로 재직하며 '정의'라는 강좌명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니 '정의'에 대한 고민과 답을 책을 통해 대화하듯 읽어보고 싶어졌다.
목차를 보면 알수있듯 이
책은 중국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과 마이클 샌델의 대화를 다루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이런 대화를 자신의 학습의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그만큼
문화적 전통과 철학적 전통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중국 철학을 통찰해보는 것에 도전이 필요했을 듯하다. '유교', '유가', '유학'으로
번역된 'Confucianism'에 대한 학문적 배경없이 이 책을 읽어내는 게 쉽지 만은 않았지만 동양철학이라는 점에서 좀더 공감대를 가지고 읽을 수는
있었다.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와이즈베리
유가적 관점에서 예와 인은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게 한다. 이러한 덕목들을 통해 사람들은 강력한 공동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한 공동체에서 최고의 덕은 정의보다도
조화로운 관계다. 유학자들이 샌델의 자아와 공동체 개념에서 중요한 결함이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이와 관련된다. 샌델의 공동체관에는 조화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p.32 (리첸양)
마이클 샌델의 지난 저서를 기반으로 소수집단우대정책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유가적 견해에서는 사회적 조화란 좋은 삶의 본질이 된다는 것, 즉 사회적 조화 그 자체가 좋은 삶이라고 말하는 리첸양 교수. 그렇기에
샌델의 공동체주의 철학은, 그 논의에 조화를 적절하게 포함시켜야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모든 챕터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에
대한 유가적 입장에서의 비판 및 보충의 형식을 띠는 구성이다.
우리 정부도 얼마전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 중 소수를 받아들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정의의 문제는 가족과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중국 등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 바이통동은 이런 논쟁들을 샌델의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와 존 롤스가 쓴 고전 《정의》를 함께 검토하면서 자유주의 사상가들과 유학자들, 그리고 샌델과 같은 공동체주의자들을 비교해준다.
또, 유가(유교,유학)에서의
덕의 정의는 무엇인지 시민의 덕에 관한 샌델의 관점, 샌델의 저서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다각적으로 반성했던 미국 정치사에 대해서도 유가적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유덕한 사람은 포상하고 악덕한
사람은 벌하는 것이 아니라 악덕한 사람들이 자신의 악덕을 극복하여 유덕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유가가 말하는 덕의 정의다. 이는 곧
덕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정의다. 그렇다고 덕의 정의가 우리가 나쁜 행동에 관대하거나 나쁜 행동을 용서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p.90
이전에도 물론 그랬지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점점 힘있게 다가오는
때인 듯하다. 그동안 읽어보았던 책들은 주로 중국의 경제정치분야를 주제로 만나보았다면 이 책은 중국 사람들의 의식 변화와 전통 사상의 모습을
새롭게 대하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엔 마이클 샐던의 철학에 빠져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상당 부분 샌델의 저서를 연구한 학자들의 논지를
학문적으로 정리해준 내용이 많이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문제제기에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로 간명하게 답한 샌델의 마지막
챕터 글에서 자신이 비판받은 부분들을 솔직하게 밝히고 자신의 의견과 상반되는 부분은 명확하게 답하는 부분은 역시나 좋았다. 결국 샌델 자신도
서양 철학과 중국 철학의 대비가 아닌 그 안에 숨겨신 풍부한 복합성을 말하고 싶어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각기 대비되는
사상과 철학을 담아낸 정치.사회 구조를 띈 남한과 북한 생각을 많이 했다. 샌델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공동체주의와 공동체가 가진
도덕적.정치적 주장에 대한 존중을 동시에 중요시한 것처럼 한국 독자들도 비록 중국 철학과 서양 철학의 토론을 다룬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
배우는 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