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마주보는 것은 누구하고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세상을 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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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한터라 더 궁금함으로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실종자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어서 미스테리적인 묘미가 있으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한 주인공의 심리묘사, 그 힘든 소용돌이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상당히 컸다.

진정한 공포는 무서움이 아니다. 아무런 선택권도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p.31)

참 열심히 사는 모습의 두 여학생, 에이자 홈스와 데이지. 둘은 절친이다. 학교숙제도 함께 열심히, 부모님께도 비교적 착한 딸인 듯하다. 홈스보다 좀더 가난함을 체감하는 데이지는 아르바이트와 동생 돌보기도 척척이다. 물론 남자친구와 데이트에도 충분한 관심을 가진 발랄한 여학생들이지 않을까. 하지만 에이자가 겪고 있는 심리적, 정신적 고통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안쓰러웠다.


에이자는 아빠를 잃었다. 아빠에 대한 추억은 아빠가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라 여길만큼 아픔이었다. 또 에이자의 자아는 극도의 불안감과 강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세균에 감염되어 죽게 될거라는 생각과 끊임없이 싸워나가는 과정, 그 현실이었다. 그런 생각에 휩싸일 때마다 뱃속에 들어온 세균을 죽이기 위해 손소독제를 먹는 안타까운 일들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에이자에게 엄마와 친구, 정신과 의사, 에이자와 많은 부분 공감대를 이룬 데이비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결국 가장 외롭고 힘든 건 에이자이다.



어느날 어릴 적 친하게 지냈던 데이비스 피킷 가의 뉴스를 듣고 현상금을 받아야겠단 마음으로 사라진 데이비스의 아버지를  찾기 위한 일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설은 열여섯 에이자와 데이비스, 절친 데이지와 마이클의 사랑(^^), 부모를 잃은 상실감, 대학등록금 걱정을 해야하는 가난의 평범함, 약을 먹으면서 치료받아야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아빠의 부재로 힘들어하는 노아를 염려하고 돌보는 마음 등을 역동적인 스토리 안에 그려내준다.



소설을 읽으며 십대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아이 생각이 많이 났다. 또 내가 보냈던 혼돈의 십대, 그 아득한 시간도 떠올랐다. 주인공 에이자처럼 정신과치료를 받는 과정은 없었더라도 모든 독자들이 십대의 불안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주인공 에이자 홈스의 이야기가 실은 작가 존 그린이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심리적 고통을 소설로 들려준 것이라고 한다. 소설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일은 늘 쉽지가 않다. 읽어봐야 안다고나 할까? 어쨌든 비극적일 듯한 소재들 안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 가족애, 우정, 형제애, 사랑을 읽어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마치 하늘과 천체 보는 걸 좋아했던 에이자와 데이비스처럼!

당연히 데이비스가 그리웠다. 처음 며칠은 계속 전화를 들여다보며 데이비스에게 답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차츰 우리는 서로에게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데이비스가 보고 싶었다. 아빠도 보고 싶었다. 모두 다 그리웠다.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일이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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