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공부 꾀나 하던 장학생 딸은 집안형편을 이유로
대학이 아닌 직장을 선택했다. 어느날 늦은 저녁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20년도 더 넘은 그때만 해도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다. 그렇게 엄마는
딸에게 "미안하다, 미안해... 우리 OO한테 엄마가 미안하다."하시며 우시고 또 우셨다. 나는 지금까지도 드시지도 못하는 술을 드시고 취중에
엄마가 전화로 하신 그 말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그때 그일 기억나냐고 한번도 이야기를 꺼내보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엄마의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갔다.
《82년생 김지영》은 읽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전작과 비교해볼 수는 없지만 이번 책, 참 좋다. 정말
흔하게 일어나는 이 일들이 너무
흔한 탓에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스레 생각되어져 온 숱한 날들, 그래도 희망이 가득했다. 용기내어준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
모두의 이야기는
다 다르면서도 같은 이야기였다. 그들은 때로 미혼의 여성, 직장인 여성, 임산부, 워킹맘, 청소노동자, 버스운전기사, 조리사, 딸, 엄마,
할머니였다. 그리고 사드배치 반대집회, 촛불집회, 이대 총장사퇴 촉구집회 등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목소리와 어른들이 귀기울여주지 않을 법한
아홉 살 어린이의 이야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