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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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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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을 거의 다 읽었다. 이번 책은 어떤 따뜻한 스토리일까 역시나 기대하며 <베어타운>을 두드렿다. 두께감도 두둑하고, 겨울풍경 표지그림이 속에서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전 소설 《브릿마리 여기있다》에선 축구팀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였는데, 이번에도 스포츠가 주 소재가 된다. 스포츠의 묘미를 가르쳐주신 할머니께 감사하고 있는 작가의 인사말을 보니 그럴만 하구나 싶다.

"탕- 탕- 탕- 탕- 탕."

그러나 책 초반에 들려오는 탕탕탕 소리에 가슴부터 쓸어내렸다. 총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결말을 먼저 던져준 후 듣게 된 소리니까. 다행히 아이스하키의 볼인 <퍽>을 치는 소리이긴 한데 왠지 복선이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그 소리는 소설을 읽는 내내 '어! 이전 소설들과는 너무 다른 느낌인데...'를 사실화 시켜주었다. 불우한 환경에 있거나 혹은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등장인물들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로 나를 만나주었던 브레드릭 배크만,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청소년들의 등장이 그랬고,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의 등장이 그랬고, 베어타운이라는 특정 지역이 그랬다. 앗, 그런데 소설 중반을 넘어서며 점점 뒤통수를 맞았다. 영리한 소설가(^^)라는 그의 타이틀답게...

 

"마야는 열다섯 살이고 지금까지 여러 번 사랑에 빠져봤지만 영원한 첫사랑은 기타일 것이다. 기타 덕분에 그 아이는 이 조그만 도시에서 숲속 아이스하키단 단장의 딸로 지내는 삶을 견딜 수 있다."

 

 

견딜 수 있다니... 견뎌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나보다. 그리고 마야는 실제로 견뎌야했다. 그리고 케빈 안에 곰이 살고 있다는 말이 무슨뜻인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안겨서 집으로 가는 내내 서럽게 흐느꼈다. 흰색 흉터는 절대 희미해지지 않았다. 케빈은 일곱 살이었고 모든 사람들은 아이 안에 곰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알았다. 그런 부분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게 소설은 숲속 작은 도시의 운명과 지역 아이스하키 청소년팀의 경기, 단장과 구단의 관계,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상처받은 이와 상처를 준 이, 그 안에서 갈망하게 되는 이해와 용서. 그것을 풀어가 준다.

"어른이면 누구나 완전히 진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을 겪는다. 뭐 하러 그 많은 시간을 들여서 싸웠는지 알 수 없을 때, 현실과 일상의 근심에 압도당할 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런 날들을 생각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실이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이 견딜 수 있을지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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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청소년하키선수권대회 4강진출! 그 승리의 기쁨이 베어타운 전체를 들썪이게 하고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실제로 하키팀의 에이스 케빈이 마야에게 저지른 성폭행은 그렇게 같은 동료선수들, 또 하키팀의 지지자들, 구단에게 그런 류의 용서가 되었다. 반면 피해 여학생의 가족과 또 아나, 아맛, 벤이... 그들과 함께 나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만약 내 딸이 겪어야할 상황이라면 나는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지키지 못했어."

무슨 수로 이런 고통을 이겨낼까?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마야의 상태를 이렇게 기술한다. 그리고 미투운동이 생각난다. 그리고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소설속 <베어타운>이 분명 존재하고 베어타운의 <곰>이 분명 존재하겠구나... 싶었다.

"집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의 몸이 쪼그라들기라도 한 것처럼 재킷이 현관 앞 바닥으로 스르르 떨어진다. 장기가 하나씩 그녀를 저버리고 그녀는 점점 더 작아진다. 허파, 신장, 간, 심장. 결국에는 독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엔 분명 희망이 있다. "우린 저들과 다르잖아. 우리는 베어타운의 곰이 아니잖아." 그 희망이 필요해서 이 이야기가 필요했구나싶다.

"우리는 저들과 다르잖아. 우리는 베어타운의 곰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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