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que du Soleil (태양의 서커스) : Alegria (기쁨) - O.S.T.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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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이상하죠.. 

표를 선물받아, 알레그리아 마지막 날 점심 무렵 공연을 보았어요. 

공연도 공연이지만, 음악에 홀딱 반했어요. 

메인 보컬분의 쇳소리 섞인 음색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서커스란 게, 그런 게 있잖아요, 굉장히 상반되는 이미지가 공존하는 공간이잖아요. 

기쁨과 슬픔, 환희와 방랑, 궁핍과 화려함 같은 것들이요. 

태양의 서커스-알레그리아도 그랬어요.  

화려하고, 현란하고, 그리고 애달프고 서글픔이 느껴졌어요. 

음악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톡톡히 한 몫하고 있지요. 

 

앨범을 사서, 북클릿에 쓰인 문구들 보고 깜딱 놀랬어요.  환희라는 뜻의 '알레그리아'라는 제목을 택한 것이, 정말 기뻐서가 아니라 반어적인 의미가 담겼다는 생각은 했지만, 제가 감잡은 것보다 훨씬 큰 슬픔을 생각하며 만든 음악이고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적당한 자료를 찾지 못했어요.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동안 계속 들었어요. 아는 분께 선물 드리려고 하나 더 구입도 했지요. 

그렇지만 선물로 드리지는 못했어요. 제가 너무 민감했을까요.. 제 귀와 제 마음에는 이 앨범이 너무 슬프게 느껴져 못 드리겠더라구요. 그 겨울에 포장해 놓은, 하얀 부직포에 빨간 털실 그대로 아직도 있어요.

그만큼 호소력이 강하고 독특하다는 거겠지요. 그 감정이 격한 슬픔이든, 환희든, 훌륭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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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열린어린이 그림책 21
기 빌루 지음, 이상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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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담담한 그림책을 보면 생각이 들어요. '능청스러워!'

순식간에 고조되었다가 한없이 바닥으로 침체되는 감정을 꼭꼭 숨겨 겉보기에 크게 굴곡 없는 그림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 어쩜 그럴 수가 있어? 작가는 내숭 9단 혹은 구질구질한 장식과 높낮이는 최대한 제거해 버리는 미니멀리스트. 

라고 생각했던 책이었어요. 너무 세련되어서 내가 맘 붙일 곳이 없을 줄 알았어요. 도도한 우아함 같은 거. 바람도 없어서 거울 표면처럼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수면. 그게 가능하다면. 찬찬히 읽고 난 후에 생각나는 건 몇몇 그림쟁이들의 이름. 그것도 흥미로워요. 하지만 알고 싶지요. 이 이야기와 나는 어디에서 만나게 되는지. 
 
#1
다시 책장을 넘기는데 그때 비로소 앨리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였어요. 여.행. 혹은 방.황. 또는 호기심과 도전과 방황과 결단이죠.

순간 여행길에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선배 여행자들 얘기 들으며 눈 반짝거리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그러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눈물 찔끔거리기도 하고, "용감하네" 혹은 "너 미쳤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로 삼고 친구 삼아 걷고 헤매이던 여행길. 여행자로서의 감각이 점점 생기는지 사람들의 친절에 도망가지 않을 줄 알게 되었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은 더 가지 말자는 절제력도 발휘할 줄 알게 되었죠. 여행자로서의 여유.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정말 든든한 여행동지를 만났을 때 내가 조심스럽게 꺼냈던 말은, "사실, 나 외로워요, 나 지쳤어요, 나 두려워요." 그리고 "나 인제 집에 가고 싶어요."였던 거, 기억합니다. 

당연히 돌아왔지요. 그런데 알고 있나요? 한번 발을 떼는 것은 시작이지 결코 끝이 아니란 걸요. 발을 뗌으로써 문이 열리는 것이지 한 번이 추억이 끝났다고 과거의 문이 닫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시작. 사람들이 도대체 여행을 한 후에 뭐가 달라졌냐고 물어 봤어요.

글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요.. 바깥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싱겁죠? 파장은 의외로 컸습니다. 연못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여기에도 사람이 사는구나. 나도 여기에서 살 수 있구나. 내가 살 수 있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내가 살던 우물만이 아니구나, 내가 볼 수 있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물에 놀러 온 누군가들에게 들은 뉴스만이 아니구나.' 감상용 사진이기만 했던 세상이 내가 뛰어놀 수 있는 터로 바뀌었어요. 
 
첫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마루에 넓직하게 이부자리 깔아 놓고 식구들하고 다 같이 잤어요. 따뜻하고, 늦잠 자도 되고, 내일 어디 가야 할지 계획하지 않아도 되고, 돈을 얼마를 써야 할 지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젖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그렇지만 봄날의 낮이 점점 길어지면서, 나는 또다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어요. 이따금 좋은 인연과 정말 멋진 일들을 맡게 되었지만, 그것들은 내 마음 속의 강렬한 욕망보다 앞서지 못하곤 했어요. 어느 날 밤 나는 잠을 못 이룬 채, 둥근 보름달처럼 반짝거리는 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봄이 흘러가고 여름이 왔어요. 다시 한 해가 지나 새로운 봄이 올 무렵, 나는 연못에서 사라졌어요.
쏴아~ 그 후 얼마동안은 연못에서 나를 볼 수 없었답니다.

  
작은 몸으로 바다에 가는 데에 두 번이나 성공한, 전설이 된 개구리, 앨.리.스.
보통 여행을 떠난 철부지들이 깨달음을 얻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결말로 삼는 반면에 이 그림책은 한번 바다를 경험한 앨리스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다시 바다로 떠난다는 것을 결말로 보여 줍니다. 여행이 원으로 끝나지 않고 직선으로 끝난다면 그건 무얼까?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헤맨다는 말일까?
앨리스가 바다에서 여유롭게 서핑을 즐기며 나를 쳐다봅니다. 그 눈을 보니 알겠더군요. 앨리스가 연못에서 계속 살았다면 오히려 평생 바다와 연못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헤맸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연못으로 돌아왔어요. 가끔 잠결에 나를 두고 식구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요.
"얘 발 봐라. 세계 여행하고 와서 곰 발바닥이 됐다."
그 말이 마음에 들어요. 세계 일주까지는 아니었지만, 여러 나라를 열심히 걷고 보고 만나고 먹고 느꼈어요. 사실 나한테는 연못 안에서의 발길질만으로도 충분하고 그것도 버거울 때가 많아요. 곰 발바닥을 만들면서까지 연못 밖의 세계를 가고, 앞으로도 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참 단순합니다. 왜 여기에만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기 저렇게 큰 세계가 있는데 왜 그곳을 놔두고 여기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연못 안 모든 개구리에게 바다를 보라고, 바다로 가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건 싫지요. 연못도 완벽해요.
하지만 바다가 궁금하고, 바다를 한 번 보았더니 바다만 생각나는 개구리라면, 네가 꼭 연못 안에 살아야 하고, 연못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지요.
그래서 이 책은 멋져요.
절대 강요하지도 않고, 극적인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지만요, 보통 떠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원형으로 마무리하는 떠남에 대한 이야기 형식의 한 부분을 열어제껴 아예 새로운 세계로의 물꼬를 트이게 해 주잖아요. 기존의 따뜻함과는 다른 결말이지만, 이 시원함도 마음에 듭니다. 옛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선사하는 시원함과 통쾌함이란!  작가님의 이야기 변주 방식과 새로운 인생 방법 제시도 좋고요.
'이야기가 꼭 그렇게 맞아들어갈 필요는 없어. 여행이 꼭 그렇게 원형일 필요는 없어. 인생이 꼭 그 패턴일 필요는 없어. 무언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혹은 무언가 꼭 그렇게 맞아들어가는 것은 아니야.'
인생 얘기는 너무 나아간 걸 수도 있지만요, 문득 느껴졌답니다. 인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패턴이 네 방식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러니 네 삶을 살아라, 네 자신의 패턴으로 살라고 하는 할아버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목소리가요.

그림이 너무 예쁩니다. 그림에 대해서도 주욱~ 쓰고 싶지만, 이미 너무 많은 말들을 주욱~ 썼고 밤도 깊었네요.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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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손가락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8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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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손가락

처음에 이 책 표지랑 제목 보고 마녀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새집 같은 머리에다 손가락에서는 광선이 나오는 여자 아이를 보며 '아, 로알드 달이 마녀 이야기 썼구나.' 했지요. 읽어 보니 주인공 아이의 직업(?)은 다르지만 어쨌든 로알드 달의 이야기인 것만은 확실하더군요. ^0^

이야기는 짧아요. 무언가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면 자기도 모르는 힘을 갖게 된다는 '나', 그 힘 때문에 이웃집 사람들은 졸지에 새가 되어 버립니다. 그레그 씨네 사람들이 재미로 사냥을 하고 그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자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요술 손가락을 휘둘러 버렸거든요.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어요. 선생님을 향해서도 손가락을 휘둘러 댔으니까요. 그 선생님은 아직도 고양이로 있다네요.

그레그 씨 가족들의 몸은 작아지고 팔은 날개처럼 변했습니다. 잠시 동안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사람 같은 오리들이 그레그 씨네 집을 차지하고, 그레그 씨네 비스킷을 먹고, 심지어 그레그 씨 가족을 사냥하려고 한다면요! 그레그 씨 가족은 지금까지 사냥당한 동물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지요. 오리들에게도 이제 절대로 재미로 다른 동물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내게 닥친 두려움을 통해 다른 존재의 두려움까지 이해하게 된 순간, 그레그 씨 가족들에게 내려진 마법은 풀립니다.

그러고 보면 요술 손가락의 마법이 영원한 것은 아니었네요. 단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고양이 선생님이 온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먼저 자신이 내뱉었던 말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가를 깨달아야겠네요.

'나'의 요술 손가락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다른 존재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순간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힘이 넘쳐서 폭발할 것만 같아요. 내 얼굴이 빨개지고, 내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내 손가락 끝이 무지 아프게 쑤시기 시작하며, 신비한 힘이 내 몸 속에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요술 손가락을 휘두릅니다."

요술 손가락을 쳐들게 하는 힘, 분노는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지 이야기 속의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때로 분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솟구칩니다. "무언가에 화가 나다" 그러면 우리는 흔히 폭력적인 장면을 연결시키지요. 소리를 지른다거나, 무언가를 던진다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꿍하니 있지만 무척 거북스러워 보이는 표정 같은 거요. 로알드 달이 보여 주는 분노의 표출법도 많이 다르지 않아요. 내 안의 분노를 분출해서 상대방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버리다니요. 그런데요, 분노가 '제멋대로' 발산되는 이야기에서 '건강한' 감정을 맛보게 됩니다. 분노는 파괴적인 감정이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과 올바른 결과를 끌어내는 강력한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노 에너지를 모으면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지요? 어린이들이 부당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정의롭게 반응하고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을 수용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기를. 오리나 고양이가 되는 어른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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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열린어린이 그림책 16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최순희 옮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 열린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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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흥겨움에 취해 보세요

작년 이맘 때 쯤에는 아일랜드에 있었어요. 여섯 달 정도 그곳에서 살다 온 저한테 아는 분이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을 선물해 주셨죠. 스코틀랜드에는 가본 적 없지만 워낙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같은 분위기라고 말들 하고, 저도 이 책을 보며 배경 그림이나 정서가 아이리쉬 민요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제가 경험한 선에서죠. ^^

책을 보고나니 서평을 쓰며 이 책에 대해 소개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사실 저도 이 책 속의 집과 비슷한 상황의 집에 살았었거든요. 그래서 쓰다 보면 세장이고 네장이고 제 얘기만 쓰고 있는 거예요. ^^;;; 그래서 기다렸죠. 내 얘기 조금, 책 얘기 조금하게 될 날을. ㅎㅎ 더블린에서는 유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요. 워낙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상황이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더블린으로 영어 및 직업 연수를 오거든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보니 집주인들은 유학생들을 까다롭게 고르고요. 스무 번, 서른 번 집을 방문하고 다녀도 자신들이 살 방 하나를 구할 수 없다는 친구들도 종종 보았어요. 저는 용케 금세 구했지요. 운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네 명 정도가 살면 딱 맞을 집에 집주인 아저씨는 누가 부탁하기만 하면 새로운 친구들을 받아 주고, 저를 포함한 모든 친구들은 툭하면 친구들 떼로 몰고 오고…… 처음에는 복작복작하던 것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점점 지저분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새로 온 플랫메이트들은 너무 예의가 없어서 더블린 생활 막바지에는 기분 상하기도 했지요. 책 속과 똑같은 상황이 아니지만, 저는 이 책 보면서 참 그집 같다는 생각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어느 접점에서 갈라지는 결론을 보며 그냥 가볍게 소리 내어 웃게 돼요. 

우리나라 사람들과 아일랜드 사람들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말을 하지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의 의미를 알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어떤지 잘 알아야 하고, 또 비교 대상으로 삼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정서도 좀 알아야 할 거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 제 눈에는 아직 안 보여서요. 우리나라 사람들과 아이리쉬들의 성향을 연결해서는 말 못하겠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라키 맥클라클란 가족과 손님들은 정말 아이리쉬들 같답니다. 친절하다고 강조하기 보다는 흥겨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정말 이 책을 볼 때, 친절한 아이리쉬들이 아니라 흥겨운 아이리쉬들을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평소에는 수줍고 무뚝뚝할 때도 많지만 풋볼 매치가 열린다거나 축제가 있다거나, 아니면 펍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이리쉬들은 하나같이 흥이 넘치죠. 술 무지 좋아하고, 술 마시면 유난히 더 수다스럽고 친절해지는 사람들. 저녁만 되면 펍에 가서 여흥을 즐기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고 술 취해서 엉뚱한 말들을 주절거리던 사람들. 그게 가끔은 불만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감정을 숨기지 않고 보여 주는 모습은 그저 순박하고 좋아 보여요.

집이 무너져 버린 다음에 언덕 아무 데나 내팽겨쳐진 사람들,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나오는 건 ‘어떡해~’나 무거운 한숨이 아니라 푸하하 웃음이었어요. 낡은 집 하나에 지나가는 온 사람들 불러모으는 라키 아저씨의 후한 인심이나 그 쪼그만 집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 (제가 추측하건대 분명 맥주도 한 차례 돌았을 거예요!^^). 저는 그들의 대책 없는 즐거움이 쏙 빠졌답니다. 그래서 요란법석한 잔치의 대가로 집이 무너져버렸을 때도 이들이 느낀 건 집이 무너진 망연자실이라기보다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거나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아깝다는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할 정도였어요. 아마도 그런 흥겨움이 우리랑 닮았다고 하는 걸까요? 아, 그리고 아이들한테 읽어줄 때는 맥주 얘기는 쏙 빼셔도 되어요. ^^;;; 저는 그 흥겨움을 전달하고 싶어서 함께 이야기한 것뿐이니까요.

하나 더, 익살맞은 이 이야기를 그린 그림들은 정말 아름답지요. 분홍색 히스 가득한 들판에서 초록색 풀과 낮은 돌담들이 어렴풋이 보여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일게요. 왜, 라키 아저씨가 손님들을 열심히 불러 모은 날, 밖에는 비바람이 불어쳤다고 하잖아요. 이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이 흥겨운 이야기를 읽으며 비바람 치는 날씨도 함께 상상해 보세요. 종이에 그려진 그림은 평면에 점선면 뿐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 그곳에는 날씨, 바람, 냄새, 소리도 함께 있잖아요. 사진 찍을 때처럼. 그렇게 그 날씨와 그 소리도 함께 상상해 보세요. 밖은 어두컴컴하고 추운데 오두막 안에는 열기 가득한 잔치가 열리는 그 풍경. 또 아무 아일랜드 민요나 골라 들으면서 그 노래에 그 내용을 한 번 떠올려도 좋겠어요. 그 흥겨움이 몇 배가 될 거예요. 아, 단, 대니보이 같이 조용한 선율 말고요, 음, 몰리 말론이라는 노래 정도면 적당할 거 같아요. ^^ 즐감하세요. 책은 읽는 이 마음대로라는 것을 알지만 전 이번에는 왜 이렇게 제 조언을 참고해 달라고 하고 싶은지요. ^^ 이거, 흥겨운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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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괜찮아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6
E. L. 코닉스버그 지음, 김영선 옮김, 김종민 그림 / 열린어린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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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괜찮아

외모, 나이, 피부색 등등 이런 것들이 달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네 편의 이야기는 잔잔함이 있어 좋았습니다.
달라도 괜찮아, 그러나 이 짧은 문장을 정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잔잔한 문장은 애써서 상대방에 대해 노력하라고 강요하지 않지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라기 보다 편견에서 나를 놓아줌이 어떨까 하는 것이 먼저 느껴졌지요.

혹시 잘못 읽은 건가 하여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나 해서요. 
애매한 부분들을 다시 읽고난 후에도 여전히 제 생각은 변함 없더군요.


사람이 공정하게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여는 것뿐이고 그럼으로써 나를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것뿐이라는 생각 듭니다.

내가 마음을 열면 타인도 편해지겠지만 우선 내가 편해지지요
이유 없이 미워했던 사람(제이슨, 이유는 있지만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서 미워한다는 점)의 장점을 발견하고 갑자기 그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그의 두둔자가 되어 버린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오히려 내 마음이 넓어졌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지요. 또 한층 성장한 내 모습에 놀란다랄까요. 내 모습이 우스워 보이는 것은(뚱보 캠프) 타인의 시선보다 내 마음에서 먼저 시작하지요. 아니면 타인이 보낸 한두 번의 시선에 내가 지레 그 이유를 짐작하지요. '타.인.의.편.견.에.의.한.시.선'을 욕하면서 내가 내 자신을 욕할 때 그 시선을 쓰곤 하지요. 나와 그가 가깝고 친하다는 이유로 쉽게 내 아쉬움을 토로하지만(별 소나기) 때로는 깨닫습니다. 나의 이런 투정이 그에게는 오히려 두 배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요. 늘 그럴 수는 없지만 종종 상대의 입장에 서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사실은 상대방이 싫은 건 아니었어요. (천국의 문 앞) 그러나 '타.인.의.편.견.'에 의한 시선에 따르면 흑인은 별로 상대할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죠. (어떤 계기를 통해) 그 편견 보다 앞선 호감을 보여 주고, 우리는 사실 적이 아니라 친하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을 맞으면  / 그 편견 보다 앞서 있는 호감을 보여 줄 계기를 맞으면, 우리는 사실 적이 아니라 친하다는 것을 맘껏 드러내고 싶어하죠.

누군들 내게 편견을 갖지 않았을까요. 나는 누군들에게 편견을 갖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완전 거짓말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알지도 못하는 누구를 욕하고 있고 아니면 세 번 말해 본 걸로 그 사람은 까칠해 빠졌고 사람 귀한 줄 모른다고 뒷담화를 늘어 놓으니까요.

내가 먼저 내 마음에 가진 편견을 말해 봅니다
이것은 타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나는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를 먼저 풀어 주는 이야기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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