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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마법 ㅣ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5
에드워드 이거 글, N. M. 보데커 그림, 김영선 옮김 / 열린어린이 / 2008년 3월
평점 :
^^ 이거 참 재미있는 책이에요.
마법의 무언가가 있어서 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만
마법이 '딱' 반만 이루어진다니요! 그 마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하지 않나요?
네 아이가 우연히 주운 동전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을 갖고 있는데, 글쎄 소원을 반쪽만 이루어준답니다.
그 덕분에 다행히 큰 화재는 모면하고 장난감 집에만 불이 나기도 하지만요, 동전을 주운 날부터 아이들의 일상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차비로 쓰려고 그 동전을 가져갔던 엄마는 한밤중에 영문도 모른 채 집에 오는 한적한 길에 덜렁 놓여지고 그를 통해 아이들은 동전의 힘을 알게 되지요. 아이들은 다른 공간으로, 다른 시간으로 종횡무진합니다. 사막, 아더왕의 시대 - 그곳에서 만난 마법사 멀린은 아이들에게 마법의 동전을 맡겨 두면서도 네 남매가 다시는 역사의 일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현명함을 보여 줍니다. 그에 대한 화답이랄까요, 대마법사에게서 배웠기 때문이랄까요, 아이들 역시 멀린의 시대에서 지낸 시간이 단 2분에 불과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지요.
네 아이들은 돌아가며 소원을 빕니다.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소동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엄마가 기절하게 만드는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요. 이런 못말리는 소동을 통해 아이들은 커다란 가르침 하나씩을 가슴에 새깁니다. 아주 교훈적이지도 않은, 그렇다고 빗나가지도 않은, 자연스럽고 바른 가르침 하나씩을 말이죠. 마음에 드는 건, 이 교훈들이 가족을 향해 있고 성장의 결과물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아이들이 사막에서 만난 대상 상인을 위한 소원, 아더왕의 시대에서 돌아온 후 자신들이 그곳에서 머문 시간이 2분에 불과하게 해 달라고 한 소원이 참 맘에 듭니다. 그에 못지 않게 마음에 꼭 들었던 소원은 스미스 아저씨가 마법 때문에 혼돈스러워하는 엄마를 향해 빌었던 소원입니다.
"먼저 나는 앨리슨이 원래의 자연스럽고, 고집 세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돌아오길 빌어. 두 배로 말이야. 그리고 자연스럽고 고집 세고 매력적인 성격은 그대로 놔두고, 다만 이 마법의 동전의 비밀을 받아들이도록 마음의 문을 열게 되기를 빌어. 이것 역시 두 배로 말이야. 그리고 세 번째로, 이 마법의 동전 때문에 생긴 두려움이 두 배로 덜어지고, 이 마법의 동전이 가져다줄 어떤 운명도 두 배로 받아들이기를 빌어."
스미스 아저씨의 이 사려깊은 소원에 작지만 절로, 와~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두배의 주문과 반쪽의 마법을 계산하면=? ^0^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마법의 세계를 무시하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요렇게 잘 말했을까요. 진실하고 매력적이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써 놓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더왕의 시대로 간 아이들에게 멀린이 마지막으로 해 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아이들에게 하는 충고이자, 멀린이 저 먼 시대에서 아더왕의 시대를 그리워하여 방문한 아이들에게서 얻은 자기 위안이기도 하지요.
"얘야, 너는 이미 착한 일을 했단다. 너는 20세기라는 아주 먼 미래 사람들도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한테 알려 주지 않았니. 원탁의 기사는 내가 아서 왕을 도와 만든 거란다. 그리고 그렇게 먼 미래에 사는 사람들도 내가 처음 생각했던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야. 그 이상을 실현하려고 이렇게 공간과 시간을 여행할 정도니 말이자. 너희가 나에게 그걸 알게 해 준 거야. 이제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내 일을 끝마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단다. 이게 착한 일이 아니면, 대체 뭐가 착한 일이겠니. 이제 잘 가라. 서둘러 소원을 빌어라. 정확히 17초밖에 안 남았어."
저한테는 퍽이나 아름답게 들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