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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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문명>에 이어 고양이의 마지막 시리즈인 <행성>을 만났다. 이 고양이 시리즈는 주인공인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의 문명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 책은 가벼운 소설, 재미난 이야기로 취급할 수도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왜 이렇게 죄책감이 드는 것일까.

물론 바스테트 (주인공 암고양이) 엄마의 명언집을 만들고플 정도로 유쾌함과 동시에 의미심장해지기까지 하다.

책을 읽는 내내 필자는 바스테트를 응원하다가도 인간의 구성원의 한 명으로 고양이를 바라보게 되기도 하며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특히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우리 주변의 '차별'에 대해 더욱 곱씹어 생각하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너무 억울한 상황이 묘사되는데 이점이 흡사 현시대와 다르지 않기에 말이다.

고양이 시리즈를 꼭 처음부터 읽어야 <행성>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행성>부터 읽더라도 앞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어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이해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팬이라면, 당연 <고양이>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그리하면 어쩌면 이미 바스테트의 팬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파리에 살았던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너무 많이 아는'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서 모든 것이 변한다. 아무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고양이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인간 중심주의의 전개가 아니라, 다른 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서 그런가 싶다. 흔히 사용되는 디스토피아적 배경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생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몰입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가 디스토피아가 아니던가.

전염병으로 수십억 명이 사망하고 테러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를 <문명>통해서 만나며 작가는 미래를 예언한듯싶어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코로나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물론 인구가 소설에서처럼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불안감이 조성된 소설 밖의 세상은 단연 유토피아는 아니다.

<행성>은 <문명>에서 황폐해진 세계, 쓰레기와 쥐들로 덮여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를 뒤로한 채,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파리에서 뉴욕으로 온다. 희망은 도착하자마자 어그러지고 쥐 군단의 공격으로 격한 싸움 끝에 생존자는 몇 되지 않는다. 겨우 목숨을 건진 바스테트는 새로운 주거지역인 고층 빌딩에서 인간들과 숨어지낸다.

쥐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결국 '인간이 참으로 문제구나...'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자본주의의 쓴맛도 고스란히 느껴서 씁쓸하고. 이 책을 읽으며, 인간들이여~ 그만들 좀 하소~ 지구에서 인간이 싹 사라져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인간들은 쓸모도 없는 물건을 끝없이 만들어 소비하고 낭비했어. 그 식탐은 또 누가 따라갈 수 있겠어? 인간들이 수시로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배와 비행기는 뿌연 오렴 물질을 만들어 내고 기온을 상승시켰어.(...) 쥐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험 대상이 됐어. 어린애들이 학교에서 해부 실험을 한답시고 마취도 제대로 안 된 내 동족들을 해부용 칼로 난도질했지. 그래, 임계점이 다다랐다는 데는 나도 동의해.

행성 2권 pg 90


문화 공동체들이 병립 공존하며 하나의 모자이크를 만드는 미국 사회의 특성이 이 난리 통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 타워가 미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며 구경을 계속하다 보니 마치 층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행성 1권 pg 141


인종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이니 지금처럼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야.

행성 1권 pg 267


이제 인간이라는 종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행성 1권 pg 369


나도 인간이 참 피곤하다고 생각을 많이 하기에 격하게 공감한다. 우리는 결국 '앞뒤가 막힌' 인간이기에.

* 이 서평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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