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엑스
재신다 와일더 지음, 이성옥 옮김 / 글누림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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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봤을 때 책이 얼마나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책이려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주 대놓고 이런 책을 골랐다. 19금! 띠용~ 달려보는거야~ 이러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아주 독특하고 참신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 책 표지가 오히려 이 책의 고급진 등급을 낮추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독자로 하여금 (나한테서만일지 모르겠지만), 19금의 뻔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사실 뭐 별 스토리나 있겠어? 하며 불손한 생각을 하기 했다. 소설의 내용에 대해 등급을 나눌 수 있겠냐만서도 진부하고 저급한 내용일 것이라 큰 기대를 안 했었는데 참신하고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책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책 표지에 불만이 점점 커지는 찰나에 원서를 보았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시리즈물이고 한국에 첫 번째 번역본이 출간된 거였다. A Madame X Novel 의 시리즈로 Madame, Exposed, Exiled까지 집필이 된 상태이다. 원서에서 마담 X의 차도녀 이미지가 더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빠져든다. 마담 X가 왜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매춘부 아님), 당최 어떤 사건이 있었기에 자신을 이렇게 옭아매는지, 주인으로 모시는 캐일럽(인디고 서비스 컨성팅회사 대표)은 어쩌다 이 모든 일이 가당키나 했는지, 부와 명성,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어쩌다 마담 X에게 와서 소위 말하는 예절교육을 받게 되었는지...

초반부에 책을 읽으며 느낀 기분은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상대방을 의식하며 사는가였다. 좋은 의미이든 안 좋은 의미이든 말이다. 일자리에 가기 전에 자신의 몸에 치장을 하고 (단정하게 하고), 마음가짐을 가다듬는다. 마치 전투를 하러 전쟁터에 나가는 듯 말이다. 갑옷을 입는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다. 특히 여자는 화장을 하며, 남자는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매며 (직업군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걸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 칭한다.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바꿀 수 없더라도 위장하는 비법을 가르쳐주는 마담 X, 그녀의 고객은 한 시간에 천 불이라는 금액이란 엄청난 돈을 내면서까지 수업을 듣는다. 고객과의 계약서를 보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자(교육을 받고 싶어 오는 이보단 거의 어쩔 수 없이 온다), 행동이 변하길 바라는 자(보통 부모, 돈을 쥔 자), 그리고 교육을 하는 자(마담 X)의 힘의 무게가 어디에 치우쳐있는지를 볼 때, 기본적인 매너, 행동거지, 자세, 외모관리, 말투, 좋은 첫인상 등과 같은 기본 중에 기본인 태도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예상하게 한다. 실제 뉴스를 보면 마담 X를 만나봐야 하는 사람들이 나이와 성별을 떠나 너무 많다는 걸 새삼 생각하게 한다.

마담 X와 고객들과의 스케줄, 교육 내용 들을 보며 흥미로움에 사로잡혀 있음과 동시에 마담 X라는 인물 자체에 너무 궁금증을 자아내어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그녀는 어쩌다 이런 특별한 능력? 을 지니게 되었고, 그녀의 삶이 왜 이렇게,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녀가 드디어 만나게 될 진실 앞에 그녀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오래전에 배운 교훈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침묵에 굴복하지 말고, 상대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라. 어떤 상황에서도 권위를 지켜라. pg 85

침묵은 진실을 속삭이고, 고독은 내면을 보여 주기에. pg 81

심호흡하고 집중해. 내겐 갑옷이 있어. 빈틈이나 균열은 안 돼. 냉정하고, 차갑고, 매끄럽고, 절대로 뚫지 못하는 갑옷을 입어. 손가락 끝에 손톱 대신 갈고리 발톱이 달려 있다고 상상해. 독사의 눈빛을 하고, 가슴에 얼음을 품어.  pg 66

예약이 없는 시간에는 로잉 머신 한 시간, 요가 한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운동을 마치면 점심식사. 신선한 유기농 시금치와 호두, 건크랜베리와 블루치즈를 넣은 샐러드에 비네그레트 드레싱을 조금 뿌려서 먹고, 신선한 과일 한 접시, 탈이온 증류수 한 병을 마실 예정이다. pg 61

하지만 해가 완전히 떠오르고, 갑옷을 두르고 난 후에는 -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머리카락을 땋은 뒤 말아 올리고, 화장을 꼼꼼하게 하고, 값비싼 구두를 신은 후에는 - 나는 더 이상 가냘프게 우는 새끼 고양이가 이니었다. 오히려 그 새끼 고양이를 경멸하는 존재가 되었다. pg 59

항상 외부의 이목을 신경 써야 해요.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무심한 태도를 보여야 해요. 확신을 가지고 사람들의 시선 따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에요. 항상 모든 게 확실하고 편안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만 거만함을 유지하는 거죠. 그걸 당신의 목표로 삼아야해요. pg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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