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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 야구광 철학자의 한국 야구 50년 관전기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나오신 독자들은 그 당시 고교 야구와 실업 야구가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 안다.
그 인기는 1982년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로 이어진다.
⚾완투에서 불펜까지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최동원 대 선동열의 대결에서 두 투수는 15회까지 던진다.
결국 2 대2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는데, 이 경기에서 최동원은 209구, 선동열은 232구를 던졌다.
요즘 선발투수가 보통 100구 정도 던지고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은 다했다고 교체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투구수는 세계적으로 전후후무하다.
두 선수는 자존심을 걸고 던졌고 프로야구가 아니라 그냥 순수한 야구를 보여줬다.
이 책은 철학가 탁석산이 한국 야구의 변화 과정을 한 개인의 기억과 철학적 사유로 되짚는 에세이다.
저자는 동대문야구장에서의 어린 시절 경험을 출발점으로, 고교야구와 실업야구의 열기, 프로야구의 탄생, 그리고 오늘날 불펜 중심의 분업 야구까지 야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한국 야구의 굵직한 장면들 사이로 전설적인 선수들, 놀랍고 기이한 기록들, 야구를 둘러싼 규칙과 사건과 팬과 문화까지 망라한다.
⚾"인생에 구원 투수는 없다."
과거 야구는 선발 투수가 끝까지 책임지는 '완투'의 시대였다. 한 투수가 위기를 견디고 경기를 끌고 가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였으며, 패배하더라도 '완투패'는 하나의 서사로 남아 인간이 끝까지 버티는 삶의 모습과도 연결된다.
반면 현대 야구는 선발•중간•마무리로 나뉜 분업 체계와 데이터 중심 운영으로 효율성과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한 사람이 경기를 끌고 가는 서사는 줄어들었다.
저자는 이를 퇴보가 아닌 시대의 진화로 보면서도,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낭만과 감각을 함께 성찰한다.
결국 이 책은 야구의 변천사를 넘어, 효율 중심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묻는 철학적 에세이다.
현대 야구가 데이터와 분업으로 진화했듯, 우리의 삶도 효율 중심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책은 효율이 커질수록 서사와 낭만은 줄어든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선발입니다.
야구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생 이야기인 이 책은 삶은 불펜이 아니라, 각자가 던지는 긴 완투 경기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정치 평론가로 티비에서 많이 뵈었던 저자의 해박한 야구 지식에 놀란 책이다.
이 땅의 야구 팬들에게 추천드린다.
최강 삼성!!
이 글은 열린책들에서 도서 협찬받았지만 지극히 주관적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