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답장이 되어 줄게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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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답장이 되어줄게 / 백승연

Q 지금은 '1초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세상'인데 우리가 꼭 편지를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편지지를 고르고 할 말을 정리하고 한 자 한 자 내 손으로 쓰는 일은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이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편지를 쓰는 대상과의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뭐든 시간을 들인다는 건 정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편지를 쓰는 내내 그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과 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등 편지는 과거를 소중하게 포장하는 선물이다.

바로 편지의 장점이다.

연애시절 우린 롱디였는데 난 지금의 집사람에게 당시 일주일에 두 통씩 편지를 보냈었다. 편지의 힘?

이 책의 메인 테마는 편지다. 소설의 배경이 된 편지 가게 '글월'은 실존하는 회사라고 한다.

'글월'이 하는 일을 잠시 알아보자. 글월은 편지 관련 용품을 파는 동시에 소비자가 익명의 수신인을 상상하며 편지를 쓰고, 다 쓴 편지를 펜팔 장에 있는 다른 편지와 교환해 가는 방식의 펜팔 시스템을 운용한다.

내가 뽑은 편지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물론 답장을 보낼 수도 있는데 그때 글월은 우체부처럼 서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글월에 근무하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효영과 웹툰작가 영광은 글월에서 우연히 만나 교재를 하던 중 이들의 사랑은 석연히 않은 이유로 자연스러운 어색함 속에 끝나고 만다.

소위 그들은 '내가 작가로서 성공하면' 이런 식의 완벽한 그림을 서로가 그리려고만 하다가 깨진 것이다.

그후 다시 만난 이들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까? 소설은 이들 주연 외 등장인물의 편지 에피소드를 부제로, 이 둘의 사랑을 주제로 삼아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진심을 드러내는 편지를 통한 오해의 해소, 인연과 사랑, 감동, 그리움, 눈물샘을 자극하는 편지 등 위대한 편지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연애편지의 전형같은 편지도 많이 등장한다.

📎"사랑하면 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야, 효영아. 우리가 뭐가 되기 위해서 사랑을 하니. 그냥 사랑하다 보니까 뭐가 되는 것뿐이지. 사랑할 때 이유를 만들면 나중엔 그 이유에 깔려서 지친다?"

📎'나한테 어떻게 이래'가 '나한테는 이래도 돼'로 바뀐거지. 시간이 다 그렇게 만들어.

📎사랑은요,
이유를 찾는 순간 상하기 마련이에요.
이 여자를 왜 사랑해야 하는가.
내가 그런 생각이 들면 게임 끝.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환상은 꼭 필요한 거 같아. 처음엔 그 환상을 사랑하고 잠시 뒤에는 환상이 꺼지는 광경을 사랑하는 거지."

편지를 통한 알콩달콩 사랑의 이야기를 보고, 위대한 편지의 힘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강추드린다.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가?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 대신
'사랑의 기술과 당장 응용할 수 있는 편지'로 가득 찬 이 책을 권한다. 그에게 또는 그녀에게 당장 편지를 써자.

(단 상대방에겐 이 책의 존재를 비밀로 하자.)

p.s. "전 특히 편지에 '추신'이 있다는 게 좋아요. 마침표를 찍고 나서도 할 말이 남은 사람에게 주는 기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전 편지가 무척이나 관용적인 매체라고 생각해요."

이 글은 텍스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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