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알라딘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하면 컵을 준다는 소리에 혹해서 구매해야 할 책 목록에서 고른 책이다.
그게 아니었다면...내 선택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심리학에 더 이상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 써져 있는지는 궁금했다.
이 책은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하는 말은 아니다.
세상에는 정말로 정신적으로 아픈 분들도 계시고 심리학이란 분야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건강한 사람들이 어설픈 심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쓸데없이 생각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나도 이십대 내내 심리학 서적들을 읽었고 끊임없이 내가 정상인가 아닌가를 묻곤 했다.
우울한 상태가 계속 됐기 때문이었지만.
이 책이 경계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아"에 대해 생각하는 상태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인지, 행복한지 아닌지, 불행한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등등
그리고 이런 자아탐구가 얼마나 심리학 산업을 발달 시켰는지, 그리고 심리학이란 학문이 과연 진실인지 등등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심리학 이론중에 약간은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실험등을 통했거나 혹은 아예 실험은 없는 이론만 있는, 애매한 표현들로 이루어진 것들의 예를 든다.
심리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심리학 이론을 이용하는 현대사회 자체를 풍자한다.
정작 그 심리학 이론 자체가 실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리학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밑바닥 까지 가봐서일까.. 이젠 그다지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지도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슴프레 심리학의 한계를 내 나름대로 몸으로 느꼈던 모양이다. (물론 나에게만 해당이 되는)
그냥 자연스레 결별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융의 사상에 관해서는 아직도 관심이 많다.
그냥 서점에 난무하는 심리학 서적들이 별로라는 얘기다. 에세이인지 자기계발서인지...정체모를.
그리고 현대사회 전체가 예민해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교육계 쪽에 있어서 그런가...애들을 갖고 있는 부모님들을 보면 참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도 들고.
프로이트의 여파인지...
난 나이가 들수록 옛날 어른들의 방식, 대가족 내에서 자식을 키우는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게 돌아갈수도 없고 나도 시댁이랑 살수 잇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이는 많은 어른들 밑에서 크게 하는게 정서상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애들은 부모가 이상해서 그런가...상식이 없다.
그 부모들은 아마 어설프게 안 지식으로 애들을 상처받지 않게, 힘들지 않게, 고통은 모르게 키우는 싶은 모양이지만 그래서 애들이 이 모양 아닌가 싶다.
고통도 인생에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일진대...니체가 싫어하는 "동정"을 그들은 자기 자식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절제 사회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심리학이란 학문이 인간에게 많은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신경학적으로, 유전적으로, 환경적으로, 할 수없는게? 너무 많다.
건강이 안좋아서 내가 이런 저런 면죄부를 주며 살아보니 상당히 게을러지고 안일해지고 소위 깡다구가 사라지더란 말이다.
인간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통제받고, 면죄 받는게 난 좀 슬프다.
자유의지란 없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에겐 자아를 들여다보는 눈이 없다는 구절을 읽었을때 나에겐 설명이 아주 필요한 구절이었는데 짧게 나와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없어서 자아를 탐구하거나 알려고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라 중요하다면 중요한데 좀 더 찾아보고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자아동조라는 개념이던데 잘 읽어봐야겠다 싶다.
과연 자신을 알고 싶다는 생각,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자아 탐구가 무의미한 일일지 역시 같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닌데 이런 나에게 옳은 것인가를 묻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행복의 추구라는 개념을 이 현대사회가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살다보니 드는 생각은 인간이어서 이러저러하니 괜찮아, 우리는 태생부터 한계를 갖고 있어 라는 심리학적 위로말고,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 다 괜찮다, 언젠간 괜찮아질꺼야 라는 무한 긍정 위로 말고, 사람이니 느끼는 한계를 여실히 느끼면서도, 차가운 현실을 정확히 마주하고 그래도 해보자, 견뎌보자 라고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더 나은 것 같다. 위로는 내 눈을 감게 해주지만 예리한 인식력은 되려 눈을 뜨게 해주니까 말이다.
여러분에게 심리학은 어느쪽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