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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카를로 로벨리의 과학과 세계관을 집대성한 결정적 저작입니다. 평소에는 물리학이라고 하면 시간, 양자역학, 블랙홀처럼 어렵고 추상적인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개별 주제를 하나의 존재론으로 종합하며, 우리가 세계와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습니다. 202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된 강의를 엮은 것으로, 오늘날 이루어지는 과학혁명의 철학적 의미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입니다. 이 부분은 과학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메시지입니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사물의 성질은 다른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해집니다. 펜을 펜으로 만드는 절대적 고유성이란 없다는 뜻입니다. 세계는 단순히 사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 동시에, 인과관계에 지배되지도 않습니다. 이 세계는 관계로 엮여 있고, 서로 교차되는 관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물의 본질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흐르는 시간, 고정된 공간, 앞서는 원인과 뒤따르는 결과, 언제나 참이 되는 지식과 도덕까지 우리의 현실을 지탱하던 모든 기반이 무너진다는 설명입니다. 모든 것이 양자적으로 결정된다면 선택과 자유는 허상일까. 상대적 진리 앞에 지식과 도덕은 쓸모를 잃을까. 단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불확실하고 경이로운 여정만이 모두 앞에 열려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게 했습니다.

또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저자가 사물과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면서 미래가 결정돼 있지 않기에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자신도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에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과정으로 존재합니다. 이 부분은 존재의 유동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편,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점은 '세계는 관계와 관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문장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독립된 개체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관계론적 세계관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이 부분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관계는 단순한 상호작용이 아니라 존재의 조건입니다.

총평하자면,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우리 자신과 현실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읽고 나니 세계가 더 이상 고정된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관계와 관점의 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합니다. 이 메시지가 오래 남았습니다. 물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 존재의 의미를 찾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