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없는 미래 - 실물과 기술이 재편하는 21세기 화폐 질서
이하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달러 없는 미래』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에 화폐의 힘이 실물 자원과 기술,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 주는 책입니다. 평소에는 경제 뉴스에서 달러, 금리, 환율 같은 금융 지표만 주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돈의 흐름보다 그 돈이 실제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데믹과 전쟁, 기술 패권 경쟁을 거치면서 에너지, 원자재, 반도체처럼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쥐고 있어도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려운 시대가 열렸다는 설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세계가 신용의 시대에서 실물의 시대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1971년 이후 본격화된 신용화폐 체제 아래에서 국채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누리고 중앙은행이 그 국채를 담보로 유동성을 무한히 공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돈이 흔해지면서 오히려 짐이 되는 유동성 역설의 시대가 나타났습니다. 통화량은 홍수처럼 불어났지만 정작 그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지 못하는 배관의 동맥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신용이 아닌 실물 담보가 화폐의 뒷면을 채우는 새로운 질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미국이 제조업과 공급망을 자국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요새화 전략과 중국이 원자재와 에너지를 장악하며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두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한국처럼 자원과 기축통화는 부족하지만 반도체, 배터리, 철강, 조선, 원전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을 가진 국가는 국가와 산업 사이의 기술, 자본, 공급망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달러의 몰락을 예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생존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까지 제시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희귀광물 등 실물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AI를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의 경쟁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GPU와 HBM, 전력 공급과 냉각 시스템, 구리와 같은 원자재 확보까지 물리적 기반이 필수적입니다. 이 책은 화려한 AI 시대의 이면에 있는 실물 인프라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실물의 가치가 더 부각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점은 화폐의 가치가 더 이상 추상적인 신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신용과 군사력, 경제 규모가 화폐의 가치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에너지와 원자재, 첨단 기술과 공급망에 대한 접근권이 화폐의 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국가와 기업의 생존 전략까지 다시 설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돈의 흐름을 쫓는 것보다 실물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AI 인프라, 에너지 전환, 원자재 확보 같은 주제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들을 달러 중심의 신용화폐 체제가 한계에 다다르는 과정으로 일관되게 설명합니다. 덕분에 개별 사건들이 단편적인 뉴스가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읽혔습니다.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달러 없는 미래』는 화폐의 힘이 실물과 기술로 이동하는 21세기 신 화폐질서를 읽는 생존의 지정학입니다. 읽고 나니 돈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믿음보다 실물과 기술이 화폐의 힘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 변화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요구합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같은 전통적인 자산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 원자재, 반도체, 공급망 같은 실물 인프라의 흐름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 실물과 기술이 재편하는 화폐 질서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