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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공존한다는 착각』은 인간이 자연과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쉽게 ‘공존’이라는 말로 포장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생태 인문서쯤으로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이 책은 공존의 윤리보다 공존이라는 말 속에 숨은 인간 중심적 시선을 해부하는 책에 더 가까웠습니다. 인간은 늘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다른 존재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동물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배경이 아니라, 각각의 생존 방식과 역사적 맥락을 지닌 존재로 다시 읽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뱀장어, 북극곰, 순록, 왕게 같은 동물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간이 동물을 위해 만든다고 믿어 온 제도와 정책이 실제로는 인간 자신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대목은 꽤 불편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보호와 통제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뒤섞이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인간이 자연을 이해한다고 믿는 방식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동물의 삶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 설명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 고유의 세계를 놓치기 쉽습니다. 책은 그런 인간 중심적 해석을 조용히 무너뜨리며, 동물에게도 인간이 알 수 없는 삶의 논리와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동물을 감성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역사, 생태, 정치, 과학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동물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 문명이 어떻게 동물과 자연을 자기 필요에 따라 재구성해 왔는지를 따라가게 만듭니다. 그 과정을 읽다 보면 생태 위기는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인간의 선택과 오해의 결과처럼 느껴졌습니다. 공존이란 결국 함께 사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세계를 설계해 왔는지를 묻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인간을 비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어떤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동물을 지키고 자연을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말조차 인간의 안심을 위한 장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댐을 짓고, 길을 내고, 서식지를 바꾸며 자연을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 때, 이미 공존은 사라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습니다.

나아가, 글의 형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우화와 역사 에세이를 함께 보는 느낌이어서, 지적이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동물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사고방식을 비추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시선이 자주 뒤집혔습니다. 익숙한 공존이라는 말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자기기만일 수 있다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총평하자면, 『공존한다는 착각』은 자연과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보다 먼저, 인간이 다른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오해해 왔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읽고 나면 공존은 선한 마음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다른 존재를 진짜로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날카롭고도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