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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호구 안 당하는 체크리스트 - 1,000세대가 검증한 기준 공식
이상범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6년 3월
평점 :

집을 고친다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새 바닥재, 깨끗한 벽지, 원하던 구조로 탈바꿈하는 공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뜹니다. 그런데 막상 업체에 연락하고 견적을 받는 순간부터 그 설렘은 조금씩 불안으로 바뀝니다. "이 견적이 맞는 건가?", "왜 창호를 꼭 교체해야 한다는 거지?", "계약서에 이상한 조항은 없는 건가?" 라는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의 말을 반박할 근거가 없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자 이상범은 전국기능경기대회 실내장식 부문 금메달 수상자이자 20년간 1,000여 채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온 현장 전문가입니다. 압구정과 송파 같은 지역에서 신뢰를 쌓아온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테리어 시장에 정보의 비대칭이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인테리어 정보가 넘쳐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업체 시공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쓰인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가 아닌 업체에 맡기는 사람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책의 첫 문장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기본이 무너지면 디자인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예쁜 타일, 감각적인 조명, 유행하는 컬러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설비와 전기, 방수와 단열이 집의 수명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철학은 책 전체에 일관되게 흐릅니다. 인테리어를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자가 생기는 것이라는 지적은, 인테리어를 앞두고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가슴에 새길 만한 조언이었습니다.

책이 특히 빛나는 지점은 공사 전 과정을 단계별 체크리스트로 정리한 부분입니다. 상담 단계에서 무엇을 물어야 하고, 견적서에서 어떤 항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계약서의 어떤 조항이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되는지를 현장 경험에서 우러난 언어로 설명합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 50가지를 직접 답하는 형식도 유용했습니다. "올수리 예산은 얼마인가요?", "창호를 꼭 교체해야 하나요?", "계약보다 비용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들은 인테리어를 앞두고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의문들입니다. 전문가의 솔직한 답변이 담겨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옆에서 고수가 귀띔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공간 설계의 원리를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설비의 법칙', '선의 법칙', '빛의 법칙'이라는 세 가지 원리로 집의 완성도를 설명합니다. 욕실 하나를 둘로 나누거나 다용도실에 주방을 만드는 공간 재배치, 몰딩을 없애고 슬림 문선으로 선을 정리하는 방법, 조명을 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게 연출하는 법 등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공간의 질을 바꾸는 실질적인 조언이었습니다. 디자인 트렌드보다 구조적 완성도가 10년 후에도 후회하지 않을 집을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이 이 챕터를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책의 말미에 실린 다섯 가지 실제 리모델링 사례는 이 책을 더욱 신뢰하게 만들었습니다. 2베이 구축 아파트의 구조 변경, 40평을 70평처럼 쓰는 1인 가구 공간, 노후 빌라의 대반전, 4인 가족의 구조변경, 부모님을 위한 효도 리모델링까지 각 사례마다 비용과 고객의 니즈, 시공 전후 도면을 함께 보여주며 왜 이 선택을 했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합니다. 막연하게 "예쁘게 고친 집"을 보여주는 화보가 아니라 왜 그 집이 그렇게 보이는지를 분석해 주는 방식이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6평 사무실에서 시작해 연 매출 135억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짧게 회고합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힘"이라는 표현에서, 이 책이 단순한 인테리어 안내서가 아니라 20년의 현장이 응축된 한 사람의 철학서임을 느꼈습니다. 설렘이 공포가 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프롤로그의 다짐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고스란히 지켜졌습니다. 인테리어를 앞두고 있다면 업체 미팅 자리에 이 책을 꼭 챙겨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