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세상에선 답 있는 수학 퍼즐 - 한 문제 풀 때마다 당신의 인생도 풀린다
고토 다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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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짧은 영상 하나를 보고 나면 또 다음 영상으로,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괜한 자책감이 밀려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손가락은 이미 다음 콘텐츠를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책 『답 없는 세상에선 답 있는 수학 퍼즐』을 펼친 것은 바로 그런 무기력하고 갑갑한 날이었습니다.





책의 첫 문장부터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답 없는 세상에 갑갑증이 난다면, 무료하거나 멍때리는 날이라면." 거창한 이론이나 자기계발의 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감각으로 독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공식 없이도 풀 수 있는 수학 퍼즐이라는 사실이 처음에는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수학이라는 단어에서 학창 시절 공식을 외우며 식은땀을 흘리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그 편견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이 책에 실린 퍼즐들은 교과서 속 딱딱한 문제가 아닙니다. 성냥개비로 직사각형을 만들고, 가위바위보 결과로 이긴 횟수를 추리하고, 누군가의 생일을 수학 마술로 맞히는 문제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복면산이나 학구산처럼 생소한 이름의 퍼즐도 막상 풀어보면 산수 수준의 셈법만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책이 강조하듯 공식을 몰라도 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책이 퍼즐을 단순한 두뇌 게임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림셈 파트에서 "70년은 대략 몇 초인가"라는 문제를 만났을 때, 계산 결과가 나오는 순간 묘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수십억이라는 숫자 앞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촘촘하게 쌓인 시간인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숫자가 단순한 답을 넘어 사유의 계기가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빛이 소리보다 얼마나 빠른지를 어림셈으로 계산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직접 손으로 계산해 보면 전혀 다른 실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의 구성도 잘 짜여 있었습니다. 단순한 계산 문제에서 시작해 도형과 공간 감각을 요구하는 문제로, 다시 조건 정리와 규칙 찾기로 점점 사고의 영역을 넓혀 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억지로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가 이전 문제의 감각을 조금씩 확장하는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지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전개도를 보고 입체를 상상하는 파트에서는 잠시 책을 덮고 머릿속으로 종이를 접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몇 분간 스마트폰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생산적 도파민'이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짧은 영상이 주는 도파민은 강하지만 금세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자극을 찾게 만든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반면 한 문제를 끝까지 붙들고 답을 이끌어냈을 때의 성취감은 결이 다릅니다. 크지 않지만 오래 남고, 다음 문제를 펼치고 싶다는 의욕으로 이어집니다. 문제를 풀며 느끼는 집중의 감각, 답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의 작은 쾌감이 쌓이면서 어느새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에필로그 격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거창한 결심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 낮은 문턱이 오히려 이 책을 더 오래 곁에 두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이 없는 것들로 가득한 하루의 끝에, 딱 하나의 명확한 답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수학 퍼즐이 이렇게 일상의 피로를 달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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