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 실리콘밸리, 워싱턴 D.C. 그리고 텍사스 - 토스증권 애널리스트가 직관한 미국의 핵심 기업과 산업
토스증권 리서치센터 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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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토스증권 리서치 센터의 『다녀왔습니다! 실리콘 밸리, 워싱턴 D.C 그리고 텍사스』는 미국 주식 투자서를 가장한 “현장 경제·산업 관찰기”이자, 서학개미에게 보내는 긴 리포트처럼 느껴졌습니다. 2024~2025년 2년여에 걸쳐 실리콘밸리, 워싱턴 D.C., 텍사스를 직접 발로 뛰며 쓴 탐방 리포트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라는 점에서, 단순 정리형 리서치와는 결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숫자와 차트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사람을 만나서 얻은 관점”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의 출발점은 분명합니다. 해외 주식 투자자 700만 명 시대, 대부분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정보의 격차’라는 문제의식입니다. 공시와 뉴스는 넘치지만, 현지의 속도와 온도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저자들은 “누가 우리 대신 미국에 가서 진짜 분위기를 보고 와주면 좋겠다”는 개인 투자자의 바람을 자신들이 대신 수행하겠다고 나섭니다. 이 전제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 이유는, 책이 실제로 기업과 싱크탱크, 캠퍼스, 공장,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얻은 인상과 데이터를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출신답게 구조는 탄탄하지만, 문체는 의외로 가볍고 읽기 쉬워 투자 입문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는 실리콘밸리 탐방기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일대를 470km 넘게 달리며 자율주행, 메타버스, 소프트웨어를 직접 체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에 실제로 탑승해 도로를 달리며 “도로 위 로봇”의 시장성을 체감하는 장면, 암바렐라·유니티 같은 회사들을 찾아가 AI·비전·그래픽 기술의 상용화 단계를 확인하는 부분은 숫자 뒤에 숨어 있던 기업들이 입체적인 실체로 다가오게 합니다. AI 생태계가 이미 “기술 증명” 단계를 지나 “상용화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진단은, 단순 테마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종목을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차트 상의 티커가 아니라 실제 도시와 사람 속에 있는 기업으로 미국 주식을 느끼게 해준 파트였습니다.




워싱턴 D.C. 편은 투자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책·지정학 브리핑”에 가깝습니다. 저자들은 국회의사당과 싱크탱크(허드슨 연구소 등)를 찾아, 트럼프 2기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중 전략, 그리고 새로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가 어떤 산업 지형을 만들고 있는지 짚습니다. 규제 완화와 예산 재편의 수혜를 받을 산업(방위·첨단 무기·클라우드·AI 자동화·사이버 보안 등)과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섹터(상업용 부동산, 일부 친환경 보조금 산업 등)를 구분해 보여주는 대목은, 정치 뉴스가 실제 포트폴리오에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명확하게 연결해 줍니다.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이후에도 구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은, 향후 몇 년의 리스크 관리 프레임을 잡는 데 유용한 관점이었습니다.



텍사스 편에서는 미국의 미래 성장판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휴스턴·달라스·오스틴을 오가며 우주항공, 로봇공학, 에너지, 이민·노동 문제를 함께 다루는데, 나사 존슨 우주센터에서 본 민간 우주산업의 재편, 로봇과 자율주행이 제조·물류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펼쳐집니다. 이 파트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미래가 밝다”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투자 수단으로 이어지는 브리지까지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로봇·자율주행에는 BOTZ, ARKQ 같은 ETF, 헬스케어에는 XLV·VHT·IHI·IHE, 첨단 안보·우주 산업에는 SHLD·FITE·ITA·PPA·ARKX·UFO·ROKT 등, 개별 종목 대신 섹터와 테마 중심의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ETF 티커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배경에 있는 인구 구조·기술 패러다임·안보 환경을 함께 설명하기 때문에, “그래서 왜 이 분야인가?”에 대한 답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애널리스트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정답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관점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는 점입니다. 현지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산다고 모두 투자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한 시각을 듣고 자신의 견해를 더해 투자 판단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고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이 책은 “무슨 종목을 사라”라는 일방향 리포트가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투자 프레임을 설계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책을 덮고 나니, 미국 시장을 보는 눈이 조금 넓어졌다는 느낌과 함께, 한국에서 모니터만 보며 투자하는 나 자신도 “현장감 있는 관점”을 얻기 위해 무엇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주식 투자자라면, 특히 테마와 산업의 큰 그림을 잡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현장감 있는 리서치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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