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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서재 - 인류의 미래를 설계한 60권의 지적 설계도 ㅣ 시대를 이끈 위대한 거장이 사랑한 책들 1
휴먼라이브러리랩 지음 / 앵글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서재」는 일론 머스크라는 한 인물을 영웅적으로 소비하거나 흥미 위주의 일화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머릿속을 이루는 ‘지적 운영체제’를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해부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휴먼라이브러리랩은 머스크가 직접 읽고 언급한 60권의 책을 추적해, 그것이 어떻게 로켓과 전기차, 인공지능, 우주 산업이라는 현실의 산출물로 번역되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머스크의 성과를 막연한 천재성이나 괴짜성으로 설명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그 이면에 촘촘히 깔린 독서와 사유의 층위를 함께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머스크의 독서 세계를 단순한 추천 도서 목록이 아니라, 네 가지 코드(SF, 공학, 전쟁사, 미래)로 분류된 일종의 지적 설계도로 제시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탐독한 SF 소설들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떠올리고, 물리 법칙의 경계를 상상 속에서 먼저 시험해 보는 훈련장이 되었고, 공학과 구조를 다룬 책들은 복잡한 문제를 가장 단순한 원리로 쪼개는 ‘퍼스트 프린서플 사고’를 몸에 새기게 합니다. 전쟁사와 전략서들은 제한된 자원과 극단적 리스크 속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미래학과 인구, 자본주의를 다룬 책들은 인류 전체의 방향성을 바라보는 광각 렌즈를 제공했다는 점을 저자는 설득력 있게 보여 줍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머스크의 독서가 ‘지식 축적’이 아니라 ‘현실 해킹’에 가깝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는 『구조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통해 물리적·사회적 구조를 해석하는 안목을 기르고, 배터리 산업에서 남들이 완제품 가격만 볼 때 배터리를 구성하는 금속 원자재의 가격까지 파고들어 “원가는 사실 껌값 수준”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일화가 소개됩니다. 이는 그가 책에서 배운 ‘본질을 향한 분해’라는 사고법을 실제 사업에 그대로 적용한 사례로, 독서가 사색에 머물지 않고 비용 구조, 공정 설계, 사업 모델로 직결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이런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머스크가 남들과 같은 정보 환경에 놓여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가 단순한 모험심이 아니라, 텍스트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에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책 속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또 하나의 축은 머스크의 AI·우주·문명에 대한 위기의식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독서 목록입니다. 『슈퍼인텔리전스』, 『Human Compatible』, 『라이프 3.0』, 『파이널 인벤션』과 같은 책들은 인공지능이 인간 문명에 던지는 근본적 질문을 다루며, 머스크가 왜 AI를 “핵무기보다 위험할 수 있는 존재”로 경고하는지의 지적 배경을 설명해 줍니다. 또한 『컬처 시리즈』, 『듄 시리즈』와 같은 SF 대작들은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어떤 윤리적·정치적 딜레마에 부딪히는지를 문학적으로 탐구함으로써, 그가 미래를 단순히 낙관하거나 비관하기보다 ‘갈림길’로 인식하게 만든 토양이 되었다고 저자는 해석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머스크의 극단적인 발언과 실험들이 사실은 긴 독서의 궤적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서재』가 단순한 인물 찬양서가 아닌 이유는, 머스크가 읽은 책들을 통해 그의 강점뿐 아니라 위험 요소까지 함께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전쟁사와 전략서, 자본주의와 경쟁을 다룬 책들에서 그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적을 압도하는 공격적 전략에 매혹되는 한편, 이는 실제 경영과 조직 운영에서 때로는 ‘악마 모드’로 발현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벤저민 프랭클린과 하워드 휴즈의 전기를 예로 들며, 위대한 혁신가의 고독과 광기, 집착과 윤리적 모호성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하는지를 짚어 냅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머스크의 성공을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그가 참조한 지적 자원들 속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경계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도 꽤 도전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왜 누구는 책을 수백 권 읽어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가?”라는 물음입니다. 휴먼라이브러리랩은 머스크의 독서법이 단순한 교양 쌓기가 아니라, 책에서 얻은 개념과 원리를 자신의 문제와 프로젝트에 곧바로 대입해 보고, 필요하면 현실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 역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면서도 실제 삶과 일에서 그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험해 보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머스크를 통해 “책을 현실에 적용한다”는 말의 의미를 훨씬 급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총평하자면, 「일론 머스크의 서재」는 결과적으로 두 가지 자극을 남긴 책이었습니다. 하나는, 한 인간의 독서 지형을 통해 그의 사고 구조를 역으로 추적해 보는 일이 얼마나 흥미롭고도 유의미한 작업인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 스스로의 ‘지적 설계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책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앞으로 어떤 책들을 의식적으로 내 머릿속 운영체제에 추가해야 할지 자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일론 머스크라는 거인의 어깨를 빌려, 독자 각자가 자기만의 서재와 사고법을 설계해 보라고 조용히 권유하는, 일종의 지적 거울 같은 책이었다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