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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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직관과 객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이 단순히 “숫자를 잘 읽는 법”을 가르치는 통계 입문서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생각하는 태도 자체를 점검하게 만드는 일종의 사고 교정 장치라는 점이었습니다. 저자 키코 야네라스는 우리가 늘 의지해 온 직관이 얼마나 자주 편향과 오류를 낳는지, 그리고 그 빈틈을 어떻게 데이터와 확률적 사고로 보완할 수 있는지 집요하게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 습관을 끝까지 불편하게 돌아보게 만듭니다.






책의 출발점은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인식입니다. 저자는 정치, 경제, 스포츠, 코로나19 같은 구체적 사례들을 넘나들며 우리가 얼마나 쉽게 인과관계를 단순화하고, 우연과 변동성을 무시한 채 “깔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우리의 뇌가 복잡성을 견디지 못해 빨리 결론 내리기를 유혹받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로 기저율을 무시하고 대표적인 이미지에 속는 심리를 짚어낼 때, 독자는 “나는 그래도 합리적인 편”이라는 자기 이미지가 서서히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직관을 일방적으로 악마화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저자는 예술적 영감이나 도덕적 직관, 인간관계에서의 공감처럼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가치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확신이 그대로 사회적 의사결정의 근거가 될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차분하게 경고합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이 반대하는 것은 직관 그 자체가 아니라 “점검되지 않은 직관의 과신”이며, 독자는 “직관을 버려야 한다”가 아니라 “내 직관을 어떻게 시험대에 올릴 것인가”라는 물음을 떠안게 됩니다.





그 시험대의 핵심 도구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데이터와 확률적 사고입니다. 저자는 수치를 그대로 숭배하라고 말하지 않고, 숫자를 “성급한 확신에 브레이크를 거는 언어”로 사용하라고 제안합니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를 보더라도 표본의 크기와 설계, 편향 가능성을 먼저 떠올리고, 기업 실적표를 볼 때도 평균 뒤에 숨은 분포와 변동성을 상상하게 만드는 태도가 이 책이 말하는 객관성의 골자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데이터를 더 많이 보자”가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이 데이터는 정말 믿을 만한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데이터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도구적 이성에 대한 강한 경계를 잃지 않는다는 데 있었습니다. 저자는 효율과 생산성이 절대 기준이 되는 시대에, 사람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이성은 결국 인간 소외와 비인간화를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숫자와 지표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포장되는 현실, 특히 성과지표와 KPI 중심의 조직 문화를 떠올리면 이 비판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일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량화의 언어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압박하는 도구로 전락할 때, 객관성은 더 이상 윤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대목은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하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 부분은, 이 책이 끝까지 파고드는 “과신의 덫”에 관한 장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설명할 수 없는 판단에도 그럴듯한 이유를 사후적으로 갖다 붙이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저자는 이런 심리적 메커니즘을 여러 사례와 함께 보여주며, 객관성의 출발점이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태도”임을 강조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 역시 글을 쓰거나 판단을 내릴 때 얼마나 쉽게 ‘확신하는 문장’을 남발해 왔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직관과 객관』은 결국 “생각하는 기술”에 대한 책이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윤리”에 대한 책으로 읽힙니다. 복잡성을 인정하고, 우연과 불확실성을 사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확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는 단지 개인의 인지적 성숙을 넘어 사회의 의사결정 문화를 바꾸는 힘을 지닙니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와 직관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현대인에게 일종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 줍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앞으로 어떤 주장이나 수치를 접하더라도 한 번은 멈춰 서서 “이건 내 직관인가, 검증된 근거인가, 둘의 관계는 어떤가”를 묻는 습관을 조금 더 진지하게 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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