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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컨버전스, 초융합 시대가 온다 - 유전공학, 바이오테크, AI 혁명이 열어갈 인류의 미래
제이미 메츨 지음, 최영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슈퍼컨버전스, 초융합 시대가 온다』는 유전공학·바이오테크·AI라는 세 축이 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가속하며 얽혀 들어가는 미래의 구조를 한눈에 조망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단순히 “최첨단 기술”의 나열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의 생물학적 조건을 재설계하는 문턱에 서 있다는 거대한 전환의 감각을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과학 교양서를 넘어 일종의 문명론적 에세이처럼 읽혔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이 초융합을 거대한 ‘기술적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이라는 존재와 사회의 형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새로운 캄브리아기”에 비유했다는 점입니다. 유전공학이 생명의 설계도를 편집하는 손을 제공하고, 바이오테크가 그 설계도를 현실의 물질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공장을 짓고, AI가 그 전 과정을 최적화하고 가속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는 설명은, 세 기술의 관계를 단번에 이해하게 해 주는 강력한 틀이었습니다. 각 분야를 따로 공부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상호 증폭의 구조가 이 틀 안에서 선명해지자, 기술의 진보가 직선이 아니라 기하급수 곡선으로 휘어지는 이유가 정서적으로도 설득되었습니다.
책이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료·식량·에너지와 같은 구체적 영역에서 이 초융합이 만들어 낼 변화들을 세밀하게 스케치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구조 분석이 몇 분 안에 끝나고, 세포 배양으로 고기를 생산하며, 개인의 유전체와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을 사전에 예측·관리하는 세계에 대한 서술은, 미래 의료를 공상과학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의 연장선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런 설명을 읽다 보니, 병을 ‘치료하는 곳’으로서의 병원이 아니라, 인간의 수명과 삶의 질을 장기적 프로젝트로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기술 낙관주의를 일방적으로 선전하지 않는 데에도 있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열어 줄 가능성 뒤에 숨은 불평등의 심화, 생명 데이터 독점 문제, 인간의 정체성을 둘러싼 윤리적 혼란 등이 반복해서 제기되면서, 독자는 “가능하다면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피해 갈 수 없게 됩니다. 특히 유전적 향상이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에게 먼저 집중될 경우, 단순한 경제 격차를 넘어 ‘개량된 인간’과 ‘개량되지 않은 인간’ 사이의 심연 같은 간극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는, 기술 논의가 결국 정치와 정의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불편함과 자극을 동시에 준 대목은, 이런 변화가 “언젠가”가 아니라 앞으로 5~10년 안에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시간감에 관한 주장입니다. 기술의 연구 성과를 좇아가다 보면 미래를 너무 앞당겨 상상하는 과장에 빠지기 쉽지만, 저자는 이미 진행 중인 임상과 상용화 사례들을 근거로 “가까운 미래”를 말하기에, 독자로서 안일한 거리두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 책은 미래 시나리오를 구경하는 즐거움보다, 지금 어떤 제도와 규범, 교육과 시민성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실천적 질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총평하자면, 인간이 자기 운명의 설계자라는 오래된 꿈이 이토록 구체적 기술 목록과 함께 등장할 때, 그것은 해방의 약속인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위험의 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 문 앞에서 경외와 두려움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말고, 냉철한 이해와 상상력, 그리고 책임감 있는 집단적 토론의 필요성을 잊지 말라고 독자의 어깨를 붙잡는 듯했습니다. 앞으로 이 주제와 관련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단편적 정보 뒤에 놓인 거대한 구조와 윤리적 함의를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사고의 기준점이 되어 줄 책이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