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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코드 - 외모 자존감을 높이는 거울 심리학
박상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페이스 코드』는 얼굴과 외모를 다루는 책이면서 동시에,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출렁이는 마음의 패턴을 해부하는 심리학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자”거나 “꾸미기 열심히 하자”는 양극단의 메시지가 아니라, 외모를 바라볼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감정과 생각의 패턴을 ‘코드’로 이름 붙이고 이해해 보자는 제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거나, 다른 사람의 얼굴만 보면 끝없이 비교하게 되는 자신의 반응이 사실은 개인의 성격과 경험, 가치관이 응축된 일종의 심리 코드라는 설명을 읽으며 묘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책의 출발점은 “거울 속의 나는 왜 이렇게 낯설고 불편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저자는 성형외과·심리 상담 현장에서 오랜 기간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을 함께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외모를 대하는 태도가 삶 전체의 정서와 관계, 자존감에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외모는 단순히 ‘얼굴 모양’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언어”이자 “나를 평가당하는 창구”라는 두 감정이 동시에 얽혀 있다는 설명이 매우 공감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외모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나 자신’이 못마땅해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책은 바로 그 모순된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페이스 코드’는 외모를 대하는 반응을 네 가지 축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체계입니다. 민감도(예민 vs 둔감), 가치관(유용 vs 선택), 감정(즐거움 vs 괴로움), 반응도(활동 vs 무기력)라는 네 축이 서로 교차하면서 16가지 유형의 코드가 만들어집니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어느 축에 가까운지 하나씩 짚어 보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외모에 예민하면서도, 외모를 ‘도구’로 여겨 철저히 관리하는 유형도 있고, 외모에 둔감하지만 막상 누군가 한마디 비난을 하면 깊은 상처를 받는 유형도 있습니다. 이런 유형들을 읽다 보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라고 막연히 느끼던 반응들이 조금 더 구조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외모를 바꾸라고 강요하지도, 외모 따위 신경 쓰지 말자고 도덕적으로 압박하지도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거나 ‘꾸미기 문화를 찬양’하는 식의 이분법을 거부합니다. 대신 “당신이 왜 외모에 그렇게 반응하는지 먼저 이해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에게 “내가 외모를 바꾸고 싶어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가, 불안을 덮기 위한 시도인가, 아니면 순수한 자기 표현의 욕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됩니다. 이 과정이 때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솔직한 자기 대면의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성형수술과 외모 변화의 이면에 있는 ‘관계의 심리학’을 다루는 장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코를 높이고, 턱선을 다듬는 기술적 변화보다, 그 이후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와 감정, 인간관계를 장기간 추적해 온 경험을 풀어냅니다. 이별이나 이혼 후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 직장에서의 인정 욕구 때문에 외모를 극단적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의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외모는 결국 관계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사실이 선명해집니다. 독자로서 이 부분을 읽으며, 누군가의 ‘과한 꾸밈’이나 반복되는 외모 집착을 단순한 허영으로 치부했던 태도를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는 종종 “사라질까 봐 두려운 나”를 붙잡으려는 필사의 몸부림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독자가 직접 자신의 페이스 코드를 진단해 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도 실려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며 체크하다 보면, 거울 앞에서 반복되는 나만의 감정 패턴과 회피 전략이 보다 구체적인 언어를 얻습니다. 이 작업은 자존감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마법 공식’을 주기보다는, 내가 무엇에 민감하고 어떤 말에 쉽게 상처받는지, 또 어떤 순간에 외모를 무기로 삼으려 하는지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자가 진단을 마친 후, 거울을 보는 경험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예전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만 확대해 바라보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빴다면, 지금은 “아, 이건 내 코드가 작동하고 있구나”라고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총평하자면, 『페이스 코드』는 결국 외모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부족함을 따지는 책이 아니라, 그 외모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루는 책입니다. 저자는 외모가 비교의 장이 아니라 이해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의 코드를 이해하는 순간, 타인의 얼굴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과하게 꾸민 사람, 자신을 전혀 가꾸지 않는 사람, 사진 찍기를 유난히 꺼리는 사람을 볼 때, 그들의 얼굴 뒤에 숨어 있을 불안과 욕구, 가치관을 상상하게 되면서, 판단보다는 이해와 호기심이 먼저 떠오릅니다. 책을 덮고 나서 거울 앞에 섰을 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남아 있었지만, 예전보다는 덜 적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외모를 바꾸는 것보다 먼저, 외모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외모의 압박이 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와 통찰을 주는 듯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