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혁명 - 멈춰버린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프린키피아 5
에밀리아 부오리살미 지음, 최가영 옮김, 이시형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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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호르몬 혁명》(에밀리아 부오리살미 지음)은 멈춰버린 몸과 마음, 그리고 무기력한 일상을 다시 일으키는 ‘호르몬 회복의 과학’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오랜 시간 번아웃과 우울, 신체적 통증으로 고통받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인간의 감정·행동·에너지를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절묘하게 연결시킵니다. 화려한 전문 용어나 복잡한 생리학 이론 대신, 혈액검사 대신 스스로의 감정·습관을 관찰함으로써 ‘몸 안의 메시지’를 읽어내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건강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치유하고 되찾는 자기회복의 전략서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세 가지 호르몬을 인생을 움직이는 핵심 에너지로 규정합니다. 그는 도파민을 ‘방향의 호르몬’, 세로토닌을 ‘안정의 호르몬’, 옥시토신을 ‘연결의 호르몬’이라고 정의하고,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잃을 때 인간은 불안·충동·무기력이라는 고질적인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합니다. 도파민이 과도하면 즉각적인 자극에 의존하게 되고,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안정된 감정 유지가 어렵고, 옥시토신이 소실되면 인간관계의 신뢰와 연결이 약화됩니다. 이 불균형은 결국 수면장애, 폭식, 관계 피로, 중독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몸이 먼저, 마음이 나중에’ 무너지는 루프가 반복됩니다. 저자가 정신의학과 생리학의 교차점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통찰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호르몬의 작용을 나열하지 않고, 실제 생활 속에서 이를 회복하는 법을 ‘하루 습관’의 형태로 제시합니다. 대표적인 실천법으로 ‘1분의 포옹’, ‘5분의 손글씨’, ‘6분의 자연 노출’ 등이 소개됩니다. 저자는 이런 짧고 지속 가능한 행동이 뇌의 호르몬 회로를 다시 작동시키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예컨대 포옹은 옥시토신 분비를 유도해 관계 회복에 도움을 주고, 손글씨는 세로토닌을 자극해 정신적 안정과 몰입력을 높이며, 자연과의 접촉은 도파민을 조절해 과도한 자극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돕습니다. 그는 “자기 회복은 약이나 보충제보다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끊임없이 읽어내려는 습관을 ‘진짜 의학적 성장’이라 정의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호르몬’이라는 생물학적 주제를 심리학과 삶의 태도로 확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스트레스가 세로토닌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제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넘어, ‘끊임없이 일하고 멈추지 못하는 사회’ 자체가 호르몬 불균형을 구조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스마트폰 알림, SNS 비교, 생산성 강박이 모두 도파민 중독을 부추기며, 결과적으로 정서적 회복의 시간을 박탈한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회복은 ‘덜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매일 일정량의 쉼, 관계 속의 대화, 신체의 리듬 회복을 실천적 과제로 제시합니다. “균형을 잃은 호르몬은 약으로 재조정할 수 없지만, 하루의 리듬으로는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자, 저자가 직접 체험으로 얻은 결론입니다.



책은 또한 현대인이 가장 흔히 겪는 감정 문제—무기력, 불면, 불안—을 신경화학적으로 재해석합니다. 저자는 ‘감정은 화학반응이며, 감정 관리란 곧 호르몬 관리’라고 단언하며,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그 감정이 신체 어디에서, 어떤 리듬으로 발생하는지를 관찰하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짜증과 피로가 겹치는 시간대에 간혹 찾아오는 폭식 욕구는 단순한 의지력 저하가 아니라 혈당과 도파민 회로의 불균형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의 감정은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호르몬의 언어”라며, 자기 관찰의 습관이 자존감 회복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총평하자면, 《호르몬 혁명》이 특별한 이유는, 복잡한 생리학 이론을 ‘일상의 철학’으로 번역했다는 점입니다. 과학과 감성을 잇는 서술, 의료 현장과 삶의 현장을 넘나드는 서사, 그리고 “작은 변화가 완전한 회복을 만든다”는 실증적 사례가 독자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합니다. 저자는 호르몬을 단순한 생체 물질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지휘자”로 보며, 스스로의 균형을 되찾는 일이 곧 삶 전체의 조화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몸이 먼저 알고 있던 언어, 즉 감정의 기원을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결국 《호르몬 혁명》은 과학을 넘어선 자기 돌봄의 선언문이며, 피로와 무기력 속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멈춤의 용기’를 일깨워주는 치유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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