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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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의 500년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역사를 학문으로써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의 소재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선시대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해당 사건에서 주요 배후로 활동한 각 참모들(총 40명)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으며, 각 참모들을 통해 조선의 정치와 역사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저자인 신병주 교수의 깊은 연구와 통찰력을 통해 지루할 수 있는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조선시대의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업적을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편, 저자의 2017년 저서인 『왕으로 산다는 것(매경출판, 2017)』과는 대조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기에 이와 비교하며 읽는 것도 또 따른 재미 요소에 해당합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왕들은 권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하기보다 참모들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참모들은 대부분 자신의 유능한 학문 능력을 발휘하여 국가의 정치와 과학 그리고 경제 등의 다방면에서 임금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조선 약 500여년의 역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기틀을 다져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이 업적이 있는 참모들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하며 국정 농단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능력을 악용한 참모들에 대해서도 균형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와 같은 참모들을 통해서도 분명 반면교사 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총 7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새 왕조를 설계하다'로서 건국의 공로자 정도전, 하륜, 황희, 장영실, 성삼문, 신숙주 등을 다룹니다. 두 번째 부분은 '국가의 기틀을 다지다'로서 서거정, 강희맹, 한명회, 김종직, 김일손, 성현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 번째 부분은 '폭군의 실정에 흔들리다'로서 장녹수, 임사홍, 남곤, 조광조, 김인후, 조식 등을 살펴봅니다. 네 번째 부분은 '임진왜란, 조선의 위기를 겪다'로서 이이, 정철, 조헌, 김충선, 유성룡을 포함한 다양한 참모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부분은 '광해군의 그림자 속 참모들'로서 이덕형, 허균, 정인홍, 김개시, 이원익을 살펴봅니다. 여섯 번째 부분은 '명분과 실리 사이, 인조반정'로서 인조를 중심으로 조선이 명과 청과의 갈등과 병자호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다룹니다. 일곱 번째 부분은 '왕권이냐, 신권이냐? 당쟁과 갈등'으로서 김석주, 허목, 송시열, 최석정, 정약용 등을 다루며, 숙종시대의 정치공작과 신권의 중심 인물들을 살펴봅니다.

이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바로 조선 개국의 큰 영향을 끼친 정도전이었습니다. 국사시간에 배운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이라는 책은 단순히 조선 왕조의 건국이념과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기본 방향을 설정한 헌장 법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에는 왕권중심이 아닌 신권을 강조한 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정도전은 자질이 일정하지 않은 국왕이 세습되어 전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천하의 인재 가운데 선발된 재상이 중심이 되어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의 시초에 신권이 중시되었다는 점이 다소 모순되기는 하지만 조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정도전의 진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정도전의 사상은 강력한 왕권을 주장하였던 이방원에 의해 실현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총평하자면, 『참모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역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조선시대의 사회와 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합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참모들의 업적과 역할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역사적인 배경과 사건들을 새롭고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참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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