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 그리움을 담은 이북 음식 50가지
위영금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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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개에 앞서, 이 책의 저자는 1968년 함경남도에서 출생한 북한 출신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8년에 탈북 한 후 2006년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에 들어온 이후 경기 남부 통일 교육센터에서 간사로 일하며 북한학 공부를 시작하였으며, 자신의 과거 이력을 십분 활용하여 북한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수행하였고, 2018년에는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겉으로만 보면, 저자의 이와 같은 삶은 탈북자라는 특수한 이력 하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한국에 잘 적응한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삶 속에도 여전히 저자의 마음 한 곳에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자는 한국에서의 삶을 꿋꿋히 살아가던 도중, 어느날 문득 김치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고, 김치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 김치의 맛은 저자의 옛 기억과 추억을 자극하며 과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이후 저자는 음식과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하였으며, 음식은 곳 기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즉, 맛은 혀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며 오감을 동원할 때 비로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인지하게 됩니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그렇게 잊고 지냈던 기억의 맛을 살리기 위해 북한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맛을 하나하나 기억해 내었으며, 저자의 삶과 관련하여 음식에 담겨있는 아련한 추억들을 이 책에 고스라니 담아냈습니다.

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음식 또한 바로 김치 인데, 저자는 함경도의 명태김치를 떠올리며 이를 "쩡한 맛"이라고 표현 합니다. 여기서 쩡한 맛이란 마음이 답답할 때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시원한 맛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그간 살아온 삶을 돌아오며 자신이 힘들때 마다 시원한 김칫 국물을 마시며 정신을 회복하였다고 기술합니다. 그리고 김치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서 명태를 사용하였다는 사실과, 함경도 명태 김치 만드는 비법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저자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북 음식 50가지에 대하여 저자의 삶의 기억과 음식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는 '에세이'이자 '요리 레시피'에 해당합니다. 저자가 기억하는 이북의 맛을 통하여 북한 사람들의 삶을 엿들여다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북한의 문화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마나 이해를 할 수 있는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고난의 행군 속에서 먹었던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북한의 굶주린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으며, 오직 살고자 하는 욕망이 만들어낸 음식과 문화의 변화 과정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한국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살고있는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이북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있거나, 이북 음식을 통한 북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유하는 바입니다. 에세이 답게 저자의 생각과 삶을 대하는 자세(철학)가 담백한 어조로 잘 정리되어 있어 쉽게 읽히는 편이며, 읽고 난 뒤에는 잔잔한 여운까지도 느낄 수 있어 견문과 감동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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