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머리말에서도 저자의 핵심 주장이 담겨 있는데, 이는 바로 '맥락을 읽으면 경제가 보이고, 경제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입니다. 사실 저자 또한 기자 초년생 시절에는 현재와 같은 시야를 갖지 못하였었고, 오히려 무비판적으로 남들이 떠들던 말을 그대로 발표하고, 발표를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가득차 있던 자칭 앵무새와 같은 시절을 보낸적도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러던 저자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종군기자로서의 경험과 같은해 서울에서 열린 G20회의에 기자로서 참석하여 두려움과 의심에 가치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체감을 하게되고, 이를 통해 특정한 현상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그 현상과 현상을 잇는 흐름을 발견하는데 집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즉, 어떠한 현상을 순간의 정적인 관점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의 흐름(맥락)속에서 이해함으로써 사회의 경제 흐름 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에 대한 통찰력까지 기를 수 있는 무기(시야)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두려움의 렌즈와 의심의 눈초리가 십분 발휘되어 작성된 경제서를 위장한 인간활동 분석서에 가깝습니다. 우선 저자는 하버드대학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2023년 전미경제학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한 내용 즉, “우리는 충격(shock)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새로운 글로벌 경제가 오고 있다는 메세지를 전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신 냉전 체제 및 2019년 발생하였던 팬데믹,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공급망 쇼크 및 이로인해 파생된 인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누구나가 이해하기 쉽게 물 흐르듯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1부의 결론에 이르러서는 결국 '권위 주의가 세계를 바꾼다'고 주장하며 중산층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으며, 한국이 속한 지정학적 위치와 이를 통해 받는 압력(중력)에 대하여 차분히 저자의 의견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 미국 일본 간 1980년대의 반도체 전쟁을 소개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처한 위기에 대하여 집고 있으며, 미국의 달러패권의 역사와 그 건재함, 글로벌 유동성으로 살펴보는 불로소득의 시대, 인구의 소멸과 관련된 성장 가능성 여부, 대두한 기후 위기, 본래의 경제 척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GDP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다른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등장을 알립니다. (이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베스트 셀러인 '물고기는 없다'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는 부분도 신선한 포인트였습니다.)
결국 저자는 현재 세계의 경제가 큰 전환의 시작점에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으며, 급변화 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안전한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을 인식하고 대응 할 수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가장 근래의 경제에 관한 굵직한 이슈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토대로 우리가 대비해야 할 점, 그리고 패권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독자들이 합리적으로 예측 또는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는 책입니다. 경제기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거나, 현재 글로벌 경제의 흐름에 대한 식견을 높이길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일독할 것을 권유하는 바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axrPGu1Kio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