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슈퍼 乙 전략
전병서 지음 / 경향BP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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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1세기의 신(新) '석유'라고 불릴만한 새로운 자원인 '반도체'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에 해당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여의도 금융가에서 17년간 반도체/IT분야의 애널리스트로서 일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이후 18년간 중국 경제와 중국 산업을 연구한 '진짜' 반도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중에 나온 책들 중에는 전문성이 결여된 채,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정보만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의견을 좀 처럼 찾아보기 힘든 책들이 존재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책들과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반도체' 그 자체와 관련된 책이며,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야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책에 해당합니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현재 한국 반도체 사업은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신 냉전 체제 속의 중심에 속해 있으며, 양 국가의 지정학적 위기가 만든 안보 상품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즉, 1986년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전쟁이 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싸운 전쟁이었다면, 작금의 미국과 중국간의 반도체 전쟁은 국가 안보를 두고 싸우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국가 간 패권 전쟁임을 의미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시대의 패권을 주도하는 것은 그 당시의 주요 자원을 누가 선점하고 이를 활용하였는가로 결정되었습니다. 16세기 절대왕정 시대에는 바람을 이용한 항해 기술을 보유하였던 유럽의 열강들이 세계를 주도하였고, 19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서는 석탄과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이 패권을 움켜쥐었고, 그리고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재는 반도체를 지배하는 국가가 패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반도체는 우리가 일상속에서 사용하는 여러 전자 제품들 뿐만 아니라, 드론, 미사일, 전투기, 항공모함 등에도 사용되고 있어 국력과도 직결되는 주요자원에 해당하기에, 반도체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력을 확보하지 못한 다면 결국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내재화 전략을 추구하기 위하여 다양한 유인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이 바로 미국의 반도체법인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로 보조금 지원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반도체 생태계에 관한 핵심 정보를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청시의 광범위한 기업실사로 인한 정보 유출 위험, 초과 이익의 공유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단순히 보조금만을 보고 달려들어서는 안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반도체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웃소싱-오프쇼어링-리쇼어링-니어쇼러링-프렌드쇼어링(현재)의 형태로 변화해 왔습니다.)

사실 진정한 절대 강자라면 동맹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표면적으로 '프렌드쇼어링' 이라는 전략을 내세우며 동맹국을 통한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추구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미국은 가치공유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제, 지정학적 리더십을 확대하는 한편,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에 공장을 지으려니 미국의 보복이 무섭고,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니 기술 누출의 위험이 존재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호랑이 굴에 들어갔어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는 자세로, 한국이 대체불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양 국가 사이에서 실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에서도 이미 저자의 의견을 밝히고 있듯이 '슈퍼 을'의 전략인데, 여기서 말하는 슈퍼 을이란, 바로 대처불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있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이 책에는 현재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총망라 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향후 전개될 미국과 중국간의 반도체 전쟁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다양한 루트를 시물레이션 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 국가가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거나, 상호 기술 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하여 관심이 있으나 어디서부터 접근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 또는 삼성 전자 주식을 본인 자산의 30%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어 필독해 볼 것을 권유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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