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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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논하는 관점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영토와 패권을 다투는 관점에서 쓰여진 '전쟁사', 지배층의 권력과 암투를 다룬 관점에서의 '정치사', 그리고 돈의 관점에서 쓰여진 '경제사' 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역사관들은 이미 대 다수의 사람들이 학창시절 '국사' 또는 '세계사'를 통하여 접해본 내용들이며, 이는 명백히 역사를 논함에 있어 큰 축이 되는 기준들이나, 다만 이와 같은 관점들 만으로 인류의 역사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인류의 발자취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할 때마다 호기심을 가지고 화자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게 되는데, 이 책 또한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에너지'라는 자원을 기준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어,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는 시야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선, 이 책의 머리말에서는 1400년대 초반의 중국의 정화 원정대를 소개하며, 당시의 획기적인 에너지 자원은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즉, 당시 중국의 범선 운용 기술은 '바람 에너지'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통해 외부 세계와의 접촉 및 국가의 세력권을 확장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당시 이러한 바람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국가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낮았으며, 이로 인하여 신대륙 탐험과 개척에 진심이었던 다른 열강들로부터 대역전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단순히 시대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국가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이를 적용하려는 국가의 문화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는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는 '남극'을 주목하며, 현재 미국과 영국 그리고 중국 등의 강대국들이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확보를 위해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진심을 가지고 남극을 탐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이를 통하여 저자는 '역사를 통틀어 강대국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가장 필수적인 원자재들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 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다가올 포스트 화석연료 시대(책에서는 이를 '인류세'로 명명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의미 함)의 새로운 에너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논리를 세우고 새로운 세계관을 확장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본 격적으로 에너지 세계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저자는 우선 첫번째 파트에서 에너지로본 인간의 연대기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태초의 순수하였던 태양에서부터 에너지가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이후 인류가 불을 발견하는 과정 및 농업혁명, 축력, 동력, 풍력 그리고 산업화에 이르기 까지의 일련의 에너지 역사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파트에서부터는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풍력 에너지'와 이를 통한 대항의 시대의 에너지 사를 설명하며, 이후 산업화의 기반이었던 화석연료에 대한 이야기를, 그 다음으로는 산업화를 통해 이루어진 에너지의 대중화 내용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다룹니다. 두번째 파트까지 잘 도착하였다면, 여러분은 이미 에너지 세계사에 대한 전반적인 맥락과 흐름을 이해한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후 세번째 파트에서는 석유를 둘러싼 열강들의 대립과, 석유로 인하여 발생되는 플라스틱 및 무기화 등의 폐해를 설명하며 석유라는 에너지의 사용이 단순히 장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하여 다양한 정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산업화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인간은 어쩌면 생존을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각종 환경 오염에 위험을 마주치게 되었으며, 돈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에 있어서도 빈부 격차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비중있게 다릅니다.

그리고 네번째 파트에 이르러서는 화석연료를 넘어선 새로운 에너지 계획(대안 에너지)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를 '에네르기 벤데'로 지칭하고 있는데, '벤데'는 독일어로 방향 바꾸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화석연료에 의존함으로서 발생된 여러가지 폐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나 다행이 거스를 수 없을 만큼 멀리간 상태는 아니기에 전 지구적인 관심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책에서 소개된 '탄소 회계'라는 개념이 매우 참신하게 다가 왔는데, 이는 현대의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ESG 경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의 에너지사는 20세기의 화석연료가 뿜어낸 연기로 만들어진 그늘 속에서, 새로운 빛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 대하여 역사학자인 엘프리드 크로스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현대 문명은 에너지를 폭음한 결과이다.

폭음 끝에는 종종 숙취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리된 에너지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 인류의 에너지 자원의 활용에 대한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다가올 에너지 시대의 불완전한 측면들을 하나씩 보완해 나갈 수 있는 통찰력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기에, 인류의 미래가 반드시 불투명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현재 국가적 또는 전지구적 에너지 자원의 흐름 및 전망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역사는 그 이력을 통해 후대 사람들에게 교훈을 줄 뿐만 아니라, 인류가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과거를 안다는 것은 곧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통찰력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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