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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지상에 머문다.
한 젊은 수도사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성장소설. 사랑이 금기시된 수사의 사랑이야기. 사랑을 주제로 구성한 소설인 만큼, 부수적인 이야기와는 별개로 사랑에 초점을 두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소설의 주인공 정요한 수사는 ‘소희’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세속의 사랑을 느끼고, 신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그리고 있다. 소희 또한 약혼자와 요한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두고 있다. 결국은 소희가 요한이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수 없기에 보내준다는 식으로 어찌됐든 요한을 떠나게 된다. ‘높고 푸른 사다리’에서 말해 주려고 했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여느 일반적인 소재와는 다르게 배네딕도 수도원 수사 정요한의 신분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환을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나의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이기도 했지만, 책의 내용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탓에 책을 읽는 내내 애를 좀 먹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뛰어 넘겨서 읽어도 ‘사랑’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공통된 관심사에 더 눈길을 둔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종교적인 사랑이란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서 사랑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되었다.
공지영 작가님의 책에는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간다. 베스트셀러로 유명세를 날렸던 분이시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작가님의 명성은 이미 많은 방송을 탔고, 소설의 영화화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 않나 싶다. 한권의 책이 대중들에게 보여지기 까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작가님 그리고 출판사의 공이 아주 많이 들어가게 된다. 그만큼 한권의 책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만한 가치의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나, 어떤 사람에게는 아닌 경우도 다반사다. 당연히 여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서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겠지만, 비주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책을 통해서나마 접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면 어떨까 싶다.
수도원 생활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다뤄야 할 것은 역시 침묵이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나는 침묵이란 단순한 고요, 단순한 소음의 부재 상태가 아니란 것을 배웠다. 그것은 오히려 소음의 공백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듣기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넘어선 소리, 감각을 넘어선 감각을 위해 침묵은 필연적이리라. (p.11)
“사랑은 가시지 않아요. 사랑은 가실 줄을 모르는 거니까.”
슬픔도 희석되고 실은 아픔도 아팠다는 사실만 남고 잘 기억되지 않지만, 사랑은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젊음아 거기 남아 있어라, 하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사랑아, 언제까지나 거기에 남아 있어라. (p.371)
“사람들은 모르죠. 하나님은 당신의 연인으로 하여금 어떤 이성보다 로맨틱한 모험을 하게 하신다는 것을요. 하느님은 내가 항해했던 어떤 바다보다 변화무쌍한 모험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p.356)
작가의 말 중에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상황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질문하는 본연의 태도로 돌아가는 게 맞겠다 생각했다.
나는 내 소설의 배경 뒤 저 깊은 구석에서 빛을 위하여 어둠으로 기꺼이 존재하셨던 그분을 보았다. 삶은 잔인하고 기이하며 때로는 신비롭다. 어느 하나만 계속되지 않는다. 오오, 누구였던가. 그리 말했던 이는. “인간이여, 말대답을 하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되었던 ‘하느님 대체 왜?’라는 나의 반항과 원망과 항의는 이 세분으로 인해 힘을 잃어갔다. 물론 나는 안다. 나는 물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게 나니까. 그게 신께서 내게 주신 일종의 달란트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많은 분들에게 물었다. “어쩌자고, 대체, 왜, 당신들은 그리하셨나이까?” 나는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이런 물음이 되었으면 한다. (p.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