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세상에서가장재미있는59가지심리실험위로와공감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9가지 심리실험 - 위로와 공감편, 개정판 ㅣ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1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보며 

‘공감은 선한 마음의 결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뇌의 본능적 전략’

엠패시(empathy)가 따뜻함이나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연구를 통해 보면 그 시작은 훨씬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곳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팀이 진행한 ‘유유상종’ 연구에서는 5세 아이들이 자신과 약간 닮은 얼굴을 자연스럽게 선택했다는 결과가 있었어요. 

저는 이 연구가 말하려는 바가 외모 취향이 아니라, 뇌가 낯선 위험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고, 이는 엠패시(empathy)의 출발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에 깊게 남았던 부분은 프레리들쥐의 ‘위로 실험’이에요. 전기 충격을 받지 않은 쥐가 고통받는 동료를 그루밍하며 불안을 낮춰주는 모습에서 진짜 엠패시(empathy)의 기원을 보았달까요. 

타인을 향한 엠패시(empathy)가 사실은 ‘나의 생존’을 위해 발달한 능력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타인의 불안을 감지하고 함께 긴장할 수 있어야 위험을 피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런 과학적 설명을 읽고 나니, 평소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고 난 뒤 오히려 제 감정이 무겁게 가라앉는 이유도 납득이 되었어요. 

뇌는 타인의 감정에도 반응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니까요. 이 연구들은 제게 ‘공감은 나쁜 게 아니라 뇌가 애쓰고 있다는 신호’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엠패시(empathy)란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에 귀 기울이려는 ‘반응의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핵심 내용을 살펴보며 일상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부분은 ‘실패의 효용’과 ‘노력의 가치’를 보여 준 연구들이었습니다. 

도쿄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복잡한 미로 실험에서는 초기에 더 많이 실패한 쥐일수록 최종적으로는 더 유연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였다는 결과가 있었어요. 

이 내용을 읽는 순간, 저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실패들 앞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나아지지 않는다는 실망감 때문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뇌는 그 실패의 과정을 학습의 재료로 삼아 더 좋은 방향을 찾고 있었던 거예요. 이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쥐와 여러 동물에게서 관찰된 ‘콘트라프리로딩 효과’, 대가를 치르고 얻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인상 깊었어요.

무리 없이 얻는 보상보다 작은 노력이라도 직접 행한 뒤 얻는 보상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가치관이 아니라 생물학적 본능이라는 점이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이것은 일상의 작은 성취가 왜 이렇게 기분 좋은지,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허무함을 느끼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주는 부분이었어요.

 ‘움직이고 배우는 존재’라는 점을 뇌 자체가 증명해 주는 셈이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은 ‘칭찬과 강화 학습’의 이면과,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과 기억이 얼마나 쉽게 뇌의 영향 아래 놓이는가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칭찬을 선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따뜻한 도구로 여기지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실험은 이 익숙한 믿음을 다시 보게 만들었어요. 

강화 학습이란  뇌의 보상 회로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도록 자극하는 기계적인 원리라는 점을 마주했을 때, 저는 제가 누군가의 칭찬에 쉽게 기분이 좌우되던 이유가 성격 때문이 아니라 신경학적 반응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 그 행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 요소’까지도 긍정적으로 저장된다는 부분이었어요. 

이는 취향이 외부 자극에 의해 바뀌는 경험을 설명하는 데도 설득력이 있었고, 특정인에게 갑자기 호감이 느껴지는 순간조차 뇌가 만든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기억이 실제 경험뿐 아니라 상상이나 학습된 이미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실험, 바나나 색을 흑백으로 맞추는 실험은 우리의 지각이 얼마나 불완전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었어요.

뇌는  ‘이상적인 형태’를 보완해 현실을 해석하는데, 이 능력이 때때로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실험들을 읽으며 저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불안정하면서도 매력적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감정과 기억조차 사실은 뇌가 만든 복합적 해석이라는 점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타인의 감정뿐 아니라 제 감정에도 더 여유를 두기 시작했어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 절대적인 진실만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마무리

엠패시(empathy) 능력은 뇌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메시지는 많은 부담을 덜어주었어요. 이제는 공감을 잘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 ‘내 뇌가 지금 어떤 신호를 받고 있을까’를 먼저 떠올리며 한 걸음 물러서 볼 수 있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