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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한 줄 필사로 단정해지는 마음
조미정 지음 / 해냄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보며
필사를 마음을 정돈하는 하나의 의식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펜을 드는 순간부터 숨을 고르고 글자를 옮겨 적는 과정을 음악의 프렐류드에 비유합니다.
저 또한 필사를 할 때 느끼는 작은 리듬을 떠올렸습니다. 눈으로만 읽을 때는 지나쳐버리던 문장이, 손끝을 타고 종이에 새겨지는 순간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험을 한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쓸수록 마음은 온유해집니다. 밤의 정경은 더욱더 은은하게 깊어지고요”라는 표현으로 그 감각을 풀어내는데, 이는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현상이라 공감이 갔습니다.
필사는 백지 앞에서의 두려움을 줄여주고, 누군가의 완성된 문장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면서도 자기만의 사유를 덧붙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줍니다.
저자의 메시지는 필사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내면을 돌보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다정한 고요’
고요를 모든 소음을 차단한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삶의 소란 속에서 평정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고요라고 정의합니다.
이를 읽으면서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옆 자리의 대화 소리와 끊임없이 들려오는 안내 방송,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있었지만, 그 소음 속에서 책 속의 문장에 집중하면서 작은 고요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고요는 바로 그런 순간에 가까웠습니다. 소음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의 균형을 찾아내는 능력 말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일상 속에서 작은 필사와 기록의 시간을 마련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루의 끝에 잠들기 전, 단 한 줄이라도 마음에 남은 문장을 따라 쓰며 나만의 ‘고요’를 발견하는 시간을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을 더욱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의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통찰 중 제 마음을 울린 부분은 우리가 본래부터 고요한 존재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정체가 바로 그 다정한 고요였음을, 우리는 침묵 속에서 태어나 침묵으로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기쁘게 발견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합니다.
고요이란 외부에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자리한 본질이라는 생각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늘 뭔가를 이루고, 소음을 없애고,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야만 고요할 수 있다고 믿곤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고요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상태라면, 그것을 방해하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할 뿐일지도 모릅니다.
이 대목을 통해 고요이 특별한 장소나 시간에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필사를 통해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불필요한 생각들이 차츰 가라앉고, 마음속 깊은 층에서 묵묵히 흐르고 있던 고요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은 제게 독서 경험을 넘어, 삶의 태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 나름의 작은 실천을 떠올렸습니다. 예전에는 필사가 글씨 연습이나 기록 습관 정도라고만 생각했지만, 이 책을 접한 뒤로는 의식적인 마음 다스림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잠시 휴대폰을 멀리 두고, 책상 앞에 앉아 마음에 남은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습니다.
몇 줄만 적어 내려가도 마음이 한결 정리되고 불필요한 생각들이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필사를 글을 베껴 쓰는 습관이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고 단련하는 의식이라 말하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소비되는 짧은 콘텐츠 속에서 길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필사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실천일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꾸준히 이어가며, 내 삶 속 작은 고요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습니다.

마무리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잃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글자를 옮겨 적는 단순한 행위가 내면을 차분하게 하고,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필사를 자기 돌봄의 중요한 도구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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