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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머리카락 -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21
남유하 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나 미래 기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설정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낯설고 어색할 때도 있다. 그런데 「푸른 머리카락」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우리 얘기 같으면서도 동시에 신선하기도 했다.
외계인이라는 말은 그냥 지구 밖,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라는 뜻인데 굉장히 이질적일 것 같다. 지구를 침공하려할 것 같고, 지구에 피해를 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당연하게도, 외계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 나의 편견이라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자이밀리언인)이 툭 튀어나와 물 문제를 해결해줄테니 종족을 번식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굉장히 신사적이게도 자이밀리언인은 납치나 어떤 범죄 행위 없이 종족을 번식하고, 물 문제를 해결하러 간다. 짝짓기를 하면 암컷의 양분이 되기 위해 잡아먹히는 수컷 사마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번식을 해야하는지, 그렇게까지 종족을 유지해야하는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약은 체결되었고, 지구에 자이밀리언인이 오게되었다.
그런 이유로, 그리고 그렇게 낳은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모두 파랗기 때문에 낙인이 찍혀버리기까지 하는데 나의 고모는 자이밀리언인과 결혼한다. 아빠는 반대했고, 엄마는 선택을 존중해주자고 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 특히 다문화가정이 생각났다. 지구에서 태어난, 지구인과 자이밀리언 사이에서 태어난 파란 머리의 소년에게 "너희 별로 돌아가버려"라는 폭력적인 말을 하고 사과를 하러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특히 그랬다. 머리카락이 파란 것처럼, 외모가 달라서 숨길 수 없다고 해도, '다른 애들처럼 대해줬음 좋겠다'는 기대까지 닮아있었다. 우주적인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지구적이고 한국적인 문제였다. 우주에서도 차별이 있구나- 하는 황당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야기의 화자는 지구인이지만, 지구인과 자이밀리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꿈이 뭘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을까? 그 아이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지구인이 외계인과 공존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주제를 굉장히 신선하게 풀어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