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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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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책 추천 요청이 들어오면 진로나 관심사를 묻곤 한다. 학생들의 공통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의외로 심리학에 모른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독심술로 알고 싶다거나, 심리테스트에 대해서 잘 알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이 그게 아닐걸? 이라고 말하면 그럼요? 라고 되묻는다. 그때마다 심리학에 대해서 잘 몰라서 대답해주기가 곤란했는데, 다른 책들보다 얇아 읽을 부담은 적은데, 내용이 알차서 심리학이 무엇이고, 심리학의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또 심리학을 생활이나 관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잘 설명하고 있어서, 심리학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조별과제에 적절한 인원 수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는데, 단순히 우리 반이 몇 명이고 몇 조 정도로 나눴으면 좋겠다던가, 비슷한 규모로 조를 짜기에 적당한 인원수가 아니라 의견 교환이 쉽고 결정하기 쉬운 적정 인원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내용도 있다. 실제 삶 속에 심리학을 활용하여 어떻게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심리학에 대해서 더 공부해보고 싶은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십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을 시작으로 관심 분야나 더 자세한 내용의 다른 책들로 확장독서가 가능할 수 있어 심리학에 관해 관심이 있지만 잘 모르는 십대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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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머리카락 -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21
남유하 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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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나 미래 기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설정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낯설고 어색할 때도 있다. 그런데 「푸른 머리카락」은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우리 얘기 같으면서도 동시에 신선하기도 했다.

외계인이라는 말은 그냥 지구 밖,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라는 뜻인데 굉장히 이질적일 것 같다. 지구를 침공하려할 것 같고, 지구에 피해를 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당연하게도, 외계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 나의 편견이라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자이밀리언인)이 툭 튀어나와 물 문제를 해결해줄테니 종족을 번식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굉장히 신사적이게도 자이밀리언인은 납치나 어떤 범죄 행위 없이 종족을 번식하고, 물 문제를 해결하러 간다. 짝짓기를 하면 암컷의 양분이 되기 위해 잡아먹히는 수컷 사마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번식을 해야하는지, 그렇게까지 종족을 유지해야하는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약은 체결되었고, 지구에 자이밀리언인이 오게되었다.

그런 이유로, 그리고 그렇게 낳은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모두 파랗기 때문에 낙인이 찍혀버리기까지 하는데 나의 고모는 자이밀리언인과 결혼한다. 아빠는 반대했고, 엄마는 선택을 존중해주자고 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 특히 다문화가정이 생각났다. 지구에서 태어난, 지구인과 자이밀리언 사이에서 태어난 파란 머리의 소년에게 "너희 별로 돌아가버려"라는 폭력적인 말을 하고 사과를 하러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특히 그랬다. 머리카락이 파란 것처럼, 외모가 달라서 숨길 수 없다고 해도, '다른 애들처럼 대해줬음 좋겠다'는 기대까지 닮아있었다. 우주적인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지구적이고 한국적인 문제였다. 우주에서도 차별이 있구나- 하는 황당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야기의 화자는 지구인이지만, 지구인과 자이밀리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꿈이 뭘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을까? 그 아이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지구인이 외계인과 공존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주제를 굉장히 신선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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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샘과 함께하는 시간을 걷는 인문학
조지욱 지음 / 사계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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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놀러 간 적이 있다. 소형버스로 울릉도를 투어하는 관광상품을 통해 갔는데 자유시간에 "저 길이 걷기 좋아요."라는 말을 듣고 해안산책길로 걸었다. 길이 너무 좋아 그 근처에 둘레길이 있대서 걸었다가 정말 낭패를 보았다. 해안산책길은 길이 넓었고 깔끔하게 조성해은 그야말로 신작로였는데 둘레길은 정말 산길이었다. 폭도 좁았고 돌아가야되나 이 길을 걸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해가 져버렸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 걷는데 길 바로 양쪽은 급경사의 언덕이 있었고, 나뭇잎이 축축해서 미끄럽기까지 했다. 어디 119나 관광사에 전화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우리끼리 대화했는데, 전화해도 그 분들도 이 길을 따라 와서 손잡고 이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길을 따라 내려가니 시작은 저동이었네 끝은 도동이었다.

최근에 올레길, 둘레길, 해파랑길 등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길을 넓히고 쉴만한 벤치나 편리한 등을 달고 표지판도 달았다. 편리를 위한 길에서 휴식을 위한 길로 길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 길도 어떤 목적이 있는 길이었을 것이다. 내가 조난을 걱정했던 울릉도의 그 둘레길로 저동과 도동을 잇는 길이었을 것이다. 도로를 내고 차가 생기면서 그 길이 잊혀졌을 것이다. 그러다 관광을 위해 다시 살아났을 것이고. 길은 그 이름처럼 수명이 길다. 이 책은 길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사례를 통해 얘기해준다. 내가 아는 길도 나오고, 가보고 싶은 길도 나오고, 신기한 길도 나오고, 내용을 이미 아는 길도 나온다. 모든 길이 사연이 있어서 즐겁게 익을 수 있다. 동네에 특이한 이름이 있는 길이 있는데, 그 길에 대해서 찾아보고 싶게 하기도 한다. 그냥 매일 걷는 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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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사계절 지식소설 16
김은재 지음 / 사계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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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와 관련된 책은 보통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특기와 적성을 살리라는 뻔하고 당연한 얘기를 하거나 직업소개에 치중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알 법한 정보를 잘 조직해놓은 책들이 많다. 그래서 두 번은 읽기 싫은 책도 종종 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소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또 자연스럽게 진로 멘토를 만나는 점도 좋다. 요즘엔 멘토멘티라는 말이 너무 흔해서 나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멘토가 되어주세요!'라는 거창한 말로 프로포즈할 수도 없는데 이 소설에서는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가출 청소년들에게 진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화가 오고간다. '생각해보니 그런 점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가벼움이 이 책의 매력이다. '나는 선생님 안 될 건데?', '나는 경찰 안 될 건데?'라는 마음이 들고 읽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는 책들과는 다르다. 내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직업의 멘토가 하는 말도 생각해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버섯 농사 짓는 청년 농부 형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을 읽을 때 굉장히 유명한 일본 만화작가가 쓴 만화 '백성귀족'과 '은수저'가 떠올랐다. 자신이 농촌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한 이 만화에서는 농업을 가업으로 이어나가려는 친구들도 등장하고, 더 발전시켜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친구들도 나오고, 농업을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도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그 형도 다른 일을 하려고 하다가 버섯농사를 시작한다. 굳이 농사가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하는 일, 내가 가장 가까이 접한 일과 관련해서 고민해보는 경험이 솔직하게 들어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좋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보다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라는 당연한 얘기를 가식적이거나 오그라들지 않게 잘 말해주었다.

진로는 꽤나 중요해서 중학교 때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진로를 탐색하게 하고 고등학교 때는 이 진로적합성, 진로에 대한 추진력을 통해 보는 발전가능성을 입시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진로를 탐색 중이다, 고민 중이다라고 말하면 왠지 늦은 것 같아 불안해 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 소설에 나오는 전긍이는 마지막에 내가 판을 만들면서 살고 싶다며 길을 찾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진로를 고민하고 여러 가능성을 찾아보는 일이 늦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끝난 것 같아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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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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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사실 나는 어떤 별의 최후의 생존자고 외계인들이 나를 실험하기 위해 가상의 지구를 만들어서 날 실험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배우기 힘든 언어인 영어를 이렇게도 가르쳐보고 저렇게도 가르쳐보면서 사실은 내가 외계인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지 없을지 알아본다던가 이런 운동 저런 운동 시켜보면서 내가 나중에 반란군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점쳐본다던가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말이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그렇게 하기 힘든 공부든 운동이든 "내가 외계인이 바라는 대로 호락호락 해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청소년의 일상에 약간의 외계인을 끼얹은.

삼선 실내화가 뭐라고 거기에 지구의 운명이 걸려있고, 지나가는 아주머니들 대화 한마디로 대한민국 중딩은 외계인을 위협하는 최종병기로 오해받는다. 아니 뭐 별 게 다 외계인이다 싶은 이런 설정들이 넘실대는데 너무 엉뚱해서 유쾌하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설정을 빼고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중학생의 일상들이라 묘하게 현실적이면서 또 묘하게 비현실적이다. 처음에는 갑자기 여기서 외계인이요? 하는 마음도 들지만, 세 번째 단편을 읽을 때 쯤이면 어디서 외계인이, 혹은 외계인의 물건이 나와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갈 지경이 된다.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리는 SF와는 달리 세계관은 단 하나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에 온갖 외계인들이 오고가고 살고 있다는 것. 외계인은 허무맹랑한데 너무 자연스러운 지리적 배경과 지구인들이 너무 낯이 익어 외계인쯤은 자연스러워지는 이상한 설정이다. 누가 읽어도 어렵게 읽한다던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드라마에도 백 번쯤 나왔고, 실제로도 그랬다더라는 얘기도 한 오십 번쯤 들었지만,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는 한 삼십 번쯤 들은 어렸을 때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소재는 너무 흔한 얘긴데, 거기에 외계인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그 외계인은 물파스 냄새에 반해서 지구에 정착했다고 한다. 별. 정말 별 시덥지 않은 다른 별나라 얘기가 여기 있다. 그런데 그런 시덥지 않은 이유로 정착한 외계인이 하는 말은 너무 고차원적이다. 다중우주론에 기반해 미래를 설계해주겠다. 이 말을 들은 호재는 미래를 주문해본다. 그러다 '아내'에 대해 고민한다. "이민아랑 결혼할 확률을 제로로 만들어주세요!" 호재는 민아와 결혼하지 않게 되는 우주를 만날 수 있을까? '너만 모르는 엔딩'에서 호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민아가 있는 우주로 몰아가리라 다짐한다. 이미 운명이 결정되어버렸다는 것을 모르는 '민아'만 모르는 엔딩일까 아니면 어떤 우주로 몰아가게 될 지 모르는 '호재'도 모르는 엔딩일까

외계인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규칙 속에서 지구를, 혹은 좋아하는 사람을, 혹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주인공들이 귀엽고 기대되는 것은 그런 주인공들이 보통의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실 지구는 이런 이유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외계인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파란별 지구를 지키는 것은 미국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고, 외계인이 굳이 나타나서 해코지를 하지 않더라도 지구가 잘 굴러가고 있는 건 바로 우리가 지구를 잘 지키고 있어서다.

민아네 엄마가 손님에게 핫도그를 건네고 있었다. 가게 안 쪽에 민아의 사진이 걸려 있어다. 사각모를 쓰고 망토를 두른, 유치원 졸업 사진이었다. 이 세계의 민아는, 딱 저 나이 때부터 호재와 멀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홉 씨 말대로 호재는 그대로였다. 얻구한 골목에서 호재를 구하겠다고 휴대폰을 치켜들던 민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극장에서 연예인을 봤다면 콩콩 뛰던 못브도 잘 새겨 두었다. 앞으로 온갖 가능성의 분기점들이 펼쳐지겠지만 호재는 민아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호재는 사진 속 민아와 눈을 맞추었다.
지켜봐.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있는 곳으로 우주를 몰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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