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갈래 사계절 지식소설 16
김은재 지음 / 사계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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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로와 관련된 책은 보통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특기와 적성을 살리라는 뻔하고 당연한 얘기를 하거나 직업소개에 치중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알 법한 정보를 잘 조직해놓은 책들이 많다. 그래서 두 번은 읽기 싫은 책도 종종 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소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또 자연스럽게 진로 멘토를 만나는 점도 좋다. 요즘엔 멘토멘티라는 말이 너무 흔해서 나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멘토가 되어주세요!'라는 거창한 말로 프로포즈할 수도 없는데 이 소설에서는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가출 청소년들에게 진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화가 오고간다. '생각해보니 그런 점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가벼움이 이 책의 매력이다. '나는 선생님 안 될 건데?', '나는 경찰 안 될 건데?'라는 마음이 들고 읽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는 책들과는 다르다. 내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직업의 멘토가 하는 말도 생각해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버섯 농사 짓는 청년 농부 형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을 읽을 때 굉장히 유명한 일본 만화작가가 쓴 만화 '백성귀족'과 '은수저'가 떠올랐다. 자신이 농촌에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한 이 만화에서는 농업을 가업으로 이어나가려는 친구들도 등장하고, 더 발전시켜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친구들도 나오고, 농업을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도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그 형도 다른 일을 하려고 하다가 버섯농사를 시작한다. 굳이 농사가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하는 일, 내가 가장 가까이 접한 일과 관련해서 고민해보는 경험이 솔직하게 들어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좋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보다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라는 당연한 얘기를 가식적이거나 오그라들지 않게 잘 말해주었다.

진로는 꽤나 중요해서 중학교 때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진로를 탐색하게 하고 고등학교 때는 이 진로적합성, 진로에 대한 추진력을 통해 보는 발전가능성을 입시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진로를 탐색 중이다, 고민 중이다라고 말하면 왠지 늦은 것 같아 불안해 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 소설에 나오는 전긍이는 마지막에 내가 판을 만들면서 살고 싶다며 길을 찾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진로를 고민하고 여러 가능성을 찾아보는 일이 늦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끝난 것 같아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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