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윤창일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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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하나인 듯 둘인 듯했고

우리는 하나인지 둘인지도 잊었다"



음이 갈수록 무거워져 이젠 힘겹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정치인들의 불신이 날로 더해가는 요즘, 이 한 권의 책으로 씻을 수 있을까마는 평소 시를 좋아하는 것을 지나 스스로 몇글자 끄적이던 습성이 발동한 것일까? 서평모집을 위한 신청에 이렇게 반가운 손님 맞듯이 책을 만났다.

작은 B6크기의 114쪽 분량으로 다소 작은 시집이다. 부피가 작아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어서 좋다.


창일 작가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명상가.여행가라고 적혀있지만 실제 본업은 변리사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서 명상을 가지고 읽기를 바란것 같다.

전형적인 시인의 시와는 달리 풋풋한 정감이 있다. 이 책의 모든 시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정감있는 농부의 마음씨 같은 그런 냄새를 가지고 있다.


시 <무심과 열심> 을 시작으로 1. 2. 3. 4부로 나뉘어 각각 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사랑'에 관한 시들이 순서하고 있는데 특히 '사랑의 기술'이라는 시가 좋았다.

집착과 기대를 내려놓는 일도

무심히 응원하며 돕는일도

그저 감사히 받아들이는 일도

오랜 공과 뜸이 들어야

담백한 깊은 맛이 나옵니다

<P. 24 '사랑의 기술' 중에서>

2부는 '성정'이라는 주제로, 3부는 '길'이라는 주제로, 그리 마지막 4부에선 '길을 걷다'라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주제로연관된 시를 모아 두었다. 꼭 시골길을 걷는 느낌으로 자연을 노래한걱 같았다.

들풀 익어가며 내어놓는 냄새가

맵싸히 향슷하였습니다

인생이 영글어가는 모습도

들풀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P. 110 '가을 들풀' 중에서>

그리고 작가의 마지막 남긴말 "인생 영글어가는 모습도 들풀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에 남겨진 조주스님의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생각의 시간이 자리했다.

"일곱 살 아이라도 나보다 나으면 물을 것이요

백 살 노인이라도 나보다 못하면 가르치리라."

<P. 112 '조주 스님의 말씀' 중에서>

지금의 시대와는 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외진곳에 홀로 살고 있는 느낌이며,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지적으로 조용히 명상으로 잠기게 한다. 조목조목 나의 성장기와 비교하듯 읽게 되는 시집으로 좋은 구절들이 많아 자꾸만 뒤적이게 하는 그런 끌림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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