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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컴퍼니 ㅣ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극락컴퍼니 - 회사를 그리워 하는 이들
제목만 들으면 관련된것이 아니냐 물을 수 있다. 히지만 아니다. 그리고 책은 극적으로 즐거움을 준다. 정년퇴직한 어르신들이 직장을 다니던 시절을 다시 누리고자 가상의 회사를 만들고 가상의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놓고 벌어지는 동업자와 가족간의 관계를 그린 이야기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마쳤다면, 그 누구라도 편한 노후를 원하고, 전원주택에서 간간히 농사나 지으며 하루하루 자연을 벗삼아 살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많은 이들이 활기차게 직장 생활을 하던 그 시기를 잊지 못한다.
오랜 직장생활 끝에 퇴직을 하고 도서관을 긍긍하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스고우치 겐조.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리미네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회사 놀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된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통해 한 가정을 놀이로 하듯이, 이들도 자신들의 과거를 회상하며 '회사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 퇴직하며 적적한 하루를 보내다가 '회사 놀이'를 통해 다시 과거 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게 된 그들은 한 찻집을 본점으로 삼아 좀 더 진지하게 회사 놀이를 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은 사람이 많을거라 생각한 그들은 자신들의 본점인 찻집에 모집 광고를 내게 되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작은 광고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된다. 작은 규모로 시작하려고 해지만, 그들은 내친김에 모두 뽑고 다양한 직책을 두며, 조금 더 진짜 회사와 가까워지게 된다. 그리고 최초의 동업자인 겐조와 기리미네는 서로 다른 회사로 나누어서 '사장'직을 맡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회사 놀이를 하는 어르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런것도 아닌데, 왜 일을 하려고 하는것일까? 관광할곳도 많은 일본에서 말이다. 실상은 그들이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그 능력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 보람을 찾기 위해서는 놀러다니는 것보다는 일하는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점차 그 규모는 커지고, 다른 지역까지 퍼지면서 그들의 입지는 점점 넓어진다. 그렇게 회사놀이가 순수하게 계속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러한 네트워크와 인맥을 갖춘 시스템을 노리는 인물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후 가족들 및 다른 기업가와의 여러 사건 속에서 '회사놀이'는 원래의 방향과 다르게 모함을 받으며, 자연적으로 해체가 된다. 순수하게 일을 하고 싶었던 어르신들의 열정이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 모두 파괴가 되고만다.
이 책은 남자와 직장, 그리고 가족, 사기꾼(?) 으로 이루어지는 비교적 짧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소설이다. 일하고 싶어 하는 남자, 상사에 다니다가 독립을 꿈꾸는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약혼녀, 이들을 위해 한평생을 바치고 자유를 누려볼까 기대했다가 다시 실망하는 남자의 아내가 중심이 되지만 가장 초점을 받는 이들은 겐조와 그와 비슷한 동류의 사람들이다. 남자의 삶을 중심으로 서술해서 그런지 특히 아내와 같은 인물의 입장은 살짝 비춰진 점이 아쉽긴 하다. 결국 나름의 자유를 꿈꾸던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돕는데 다시 본인이 가진 모든것을 쏟아낸다.
지극히 평범하게 수십년을 살아온 한 가정에, 그리고 가장에게 생기는 '회사 놀이'라는 에피소드가 녹아들어 무엇을 위해 한평생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은근히 힌트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