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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읽는 그림 -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세계사 수업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순간을 만난다. 아무리 말을 덧붙여 설명해도 잘 전달되지 않던 개념이, 단 한 장의 그림이나 자료화면으로 단번에 이해되는 순간이다. 문자로는 복잡하게 풀어야 했던 맥락이, 시각 자료 앞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시간을 읽는 그림은 바로 그런 순간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 속 그림 모음집이 아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읽어내도록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목 그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교양 서적으로도 한 자리에서 술술 읽힐 수 있을 정도로 세계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그림들도 접할 수 있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훨씬 익숙하다. 긴 설명보다는 한 장의 사진, 한 컷의 그림에서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읽어내는 세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의 교실 환경과 매우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 종교, 과학기술 등 세계사의 다양한 영역이 세계사 흐름에 맞춰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에도 무척 좋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새로운 그림들을 접할 수 있었다. 세계사를 오랫동안 가르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그림 자료들이 적지 않았다. 교과서나 기존 참고서에서 자주 반복되던 익숙한 이미지가 아니라, 한 시대의 분위기와 사고방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를 드러내는 시각적 기록들이다.
이 책의 장점은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기도 하다. 그림을 앞에 두고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왜 이런 장면이 그려졌는지, 이 그림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조건은 무엇이었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이는 수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역사를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로 보여준다. 특정 국가나 사건에 치우치지 않고, 세계사 전체의 흐름 속에서 그림들을 배치함으로써, 각 시대가 어떻게 이전 시대와 연결되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덕분에 세계사를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수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한 장의 그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토론 수업을 구성할 수도 있고, 시대별 비교 활동이나 프로젝트 수업의 자료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학생들에게 이 그림 속에서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사고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시간을 읽는 그림은 교양서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교육 자료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추천할 수 있지만, 특히 역사 교사나 예비 교사, 그리고 시각 자료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