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교실 -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고요하지만 적막하고 보이지 않는 어둠에 감춰진 스산하고 마음을 억누르는

분위기는 이 침묵의 교실의 문을 어떻게 열어나가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게

만드는거 같다. 이 소설속에 가둬진 현재와 과거의 시간은 낯설지 않은

가까운 공간속에 함께 묶여있었고 독자로 하여금 그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면의 진실과 실체를 서서히 쫓아가게 만들어준다.

과거의 중심에 서 있던 무대의 이름은 아오바가오카중학교, 그리고 그 안에

우리가 주목해야할 3학년 A반이 존재하고 있다. 그저 가만히 숨죽이면서

서로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누군가는 공포에 떨면서 버텨내야하는

힘겨운 공간으로 변질되어 버린 이 곳, 과연 현재에서 떨어진 20년전의

이 곳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인지 서서히 그 비밀의 통로를

지나쳐가보기로 했다.

 

우선 30명의 출석부에 적혀진 인물들속에 과연 누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인물에 대한 경계와 의심도

쉽사리 벗어던질 수 없었기에 성급하게 이 침묵의 교실을 향한 복수자를

지목하는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차분한 인물들과의 관계를 정리해나간다면

그 실마리와 진실을 쫓아가는데 커다란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아낸 의도된 공포속에 힘없이 밀려난 친구, 그를 방관자처럼

바라보는 다른 친구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기에 가장 마지막 선택을

해야했던 이의 고통과 상처만이 이 교실에 깊이 새겨져있다.

그 어떤 배려도, 작은 도움이나 관심의 손길도 뻗히지 않는 곳, 그 누군가처럼

버려지지 않기위해 몸사리고 움츠려든 존재만이 섞여있는 곳에서 점점 숨이

막혀오는 자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공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곳을 먼저 떠나간 이에겐  왜 상처와 용서할 수 없는 증오가 가득했는지를

함께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 오랜 시간 마음속 깊히 가둬두었던 사무치는 증오와 원한의 씨앗이 다시

복수자를 저주속으로 이끌리게 한 발단은 바로 이 침묵의 교실의 동창회에서

부터 이어지게된다. 억지로 겨우 밀쳐냈다고 여겨왔던 씻기지 않는 상처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과 만났을 때 그 광기와 복수의 칼날을 따라

또 다시 우리가 따라가고있음을 발견해볼 수 있겠다.

속죄의 의미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태였고 그저 설마했던 존재가 품고있던 

숙청의 대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발견한 순간의 표정을 한 번 상상해본다면

망연자실한 인간의 또 다른 이중성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지 궁금해진다.

각 등장인물들간의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진실의 퍼즐을 맞추어가다보면

어느새 막다른 종착지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공포신문과 동창회 통신은 어떤 존재로 거듭나고

서로를 연결해나가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본다면 복잡한 플롯과 얽혀진 

사건속에서 그 방향을 쉽사리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쫓아가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싶다.

 

인간의 죄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끝맺을 수 없다. 단지 또 다른 상처와 슬픔만이

그 위에 더해질 뿐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자신에게 비롯된 작은 악의와 잔인한

장난의 불꽃이 어떤 씻기지 않는 죄악으로 뿌려질지 깨닫는 죄의식조차

남아있지 않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마지막 내밀 수 있는 용서의 손길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죽음보다 더한 공포앞에서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패배자의 처절한

눈빛과 심정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면서도 후회로 가득찬 죄악의 시간은

지워지지도 그대로 끝나지 않을것 같다.

그리고 끝이 없는 밤, 암흑속의 공포가 가장 짙게 드리워진 이 침묵의 교실

앞에 우리는 결코 묻어둘 수 없던 이야기의 진실을 다시 꺼내보이려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