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블 판타지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성기 옮김 / 문학의문학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주인공 나츠의 인생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아의 모습이 나라고 생각해
보았을 때 구속과 속박이란 껍질을 벗겨내더라도 자유로운 해방감보단 오히려
공허함과 상실감으로 더 마음 속 깊은 곳이 텅 빈채로 남아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긴 여운이 느껴진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연애를 통해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하겠다고 결심해서 맺어진
결혼도 행복한 인생의 정점이나 화려하고 달콤한 꿈에서만 살아갈 수 없음이
곳곳에서 우리 앞에 고개를 들고있는다.
처음에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라는 그녀의 사회적 기반과 그녀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남편의 헌신은 그녀에게 특별한 짐이 되거나 행복한 가정을
이어가는데 걸림돌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이면 속에
자리잡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불안과 초조함으로 메워지는 외로운
세계는 이대로 안주할 수 없는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음을
느끼게된다.
누군가에게 의존되어진 익숙한 삶과 환경속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것에는 분명 자신의 의지와 용기가 필요했었다. 소설 속에서는 그런
나츠가 자신에게 채워질 수 없었던 빈 자리가 남편이 아닌 새로운 인연과
사랑으로 채워져가는 과정들이 하나씩 이어져나가는데 물론 영원한 사랑의
안식처나 종착역이 되어주지는 못한거 같다.
사랑이란 감정엔 이기적인 얼굴을 가둬둘 수 없기도 했고,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진실이되거나 진심으로 남아있지를 못하는 보이지않는 벽을
드러내는 존재임을 발견하게된다. 불완전하고 영원히 이어지는 존재라고
확답을 내릴 수는 없어도 이런 방황과 상처가 남겨진 발걸음에는 자신에게
씌워진 한계나 마음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있는 결정과 생기있는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힘을 그녀의 마음속에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떨쳐내지 못한 미련과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았떤 누군가의 잔영들도
어느 순간 새롭게 찾아든 뜨거워진 애정과 기쁨속에 남김없이 지워지는
것인지도 머릿속에 멤도는거 같다. 오히려 대신할 수 없는 감정의 고리가
끊어진채로 미친듯이 사랑에 빠지지 못한 자신을 외로운 감정속에 가둬두며
나아갈 수 없는 깊은 방황속으로 밀어넣고 있지는 않은지 거울속에 비친
얼굴의 표정도 함께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똑같이 같은 곳을 마주 서보고 있지 못하는 남과 여의 시선, 서로 사랑해도
늘 같은 곳에 서있지 못하고 다른 곳을 향해 걷고 있는 어렵고 복잡하게
얽혀버린 연애의 순환속에서 무엇을 갈구하거나 애써 찾으려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무엇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거 같다. 다만, 내가 직접 부딪쳐
보거나 마음속의 아픔을 얻어보지 못한다면 그 어떤 깨달음과 진실도 나를
다시 일으켜세워주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의 결단은 확고해지는 느낌이든다.
이 소설을 읽고난 마음의 감정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긴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억누르고 단단한 껍질로 감싸고 있던 삶을 박차고 나와 좌절과 갈등의
시간들을 하나씩 이겨내가는 나츠의 그 모든 모습들은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우리 자신에게 과감히 도전해 볼 수 있는 변화의 계기가
되어주지는 않았을까?
이전과는 다른 탈피된 삶의 전환점을 향해 나아가는 내 자신의 용기와
자신감도 되찾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