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남부러울거 없는 부유층의 자제들로 누군가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든든한 부모의 좋은 뒷받침 아래 또 누군가가 멋지게 셋팅해 놓은 인생의 길에 빠져드는 듯 했다. 하지만 곧 나의 착각과 편견이라는 것을 이 소설속 4명의 소년과 또 3명의 소녀들이 그려내고 있는 삶과 인생의 여정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있다. 소설속의 허구로 채워진 무대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강남과 그 주변 풍경은 생생했고 지금은 어느 덧 나이가 다 들어 인생의 중반기를 거쳐가는 삶의 시간과 누군가에게는 다 말하지 못한 자신만의 비밀과 깊은 진실을 미처 꺼내지 못한채 간직하고 있는거 같았다. 첫 등장부터 한 인기 여자 연예인의 자살소식이 우리 앞에 다가온다. 모든 의문과 진실을 시간속에 묻어둔채로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연예계 현실의 이면과 어두운 욕망과 야망의 그림자를 들추어내듯 결코 낯설지 않은 현실이기도 했다. 대중 앞에서는 웃고 있고 행복한 인생의 성공을 거둔 정점에 서 잇는 것처럼 비추어지지만 고백할 수 없는 마음속에 새겨진 상처와 시련, 기억의 쓴 잔을 모두 홀로 감수하면서 버텨내온 흔적의 일부분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한 없이 추락하는 인생의 엘리베이터에 다다르기 전 절정의 순간에 가장 대중의 마음속 그 기억에 더 오래토록 그 모습을 간직한채 남겨진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를거 같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채 홀로 남겨진 가장 깊은 삶의 외로움과 고독에 둘러쌓인채 더 이상의 삶에 대한 의미를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좌절과 절망의 순간을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현재와 모습과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가는 주인공 현우주, 도저히 믿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첫 사랑이기도 했던 연희의 자살속에 얽혀있는 갖가지 의혹과 밝혀지지 않는 진실과 음모의 실체를 하나씩 지나간 의식의 흐름속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우리의 시선을 이끌고 있다. 열여덟살 압구정 소년들이 어떻게 록이라는 음악에 심취하고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밴드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음속에 꺼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시절 겪게되는 불만과 불안의 심리들도 저마다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는거 같았다. 삶의 즐거운 청춘의 시간을 맘껏 보냈다면 어느 덧 인생의 스케줄에 따라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조건이 맞는 배우자를 맞으며 가정을 꾸리는 것까지 인생이란 시간을 마땅히 쫓아가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삶의 전부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분명 어린 시절 품고 있던 자신만의 꿈과 행복, 사랑과 함께할 것이라는 기억과 약속을 지금도 잊지 않았을거라고 믿는다. 세상이라는 험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았던 때묻지 않는 청춘의 추억과 우정, 사랑의 감정도 더 없이 소중해보였다. 이야기가 점점 깊어질수록 마음속에 품었던 오해와 미움, 원망의 감정들이 뒤섞인 의혹의 실타래가 하나의 진실 앞에서 모든 것을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진실의 판도라를 열게됨으로써 오히려 더 가슴 아파하거나 평생 안고가야하는 불안하고 평온할 수 없는 삶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진실 앞에서 비로소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되었고 서로의 깊은 비밀속에 감춰둔 마음을 헤아리며 화해할 수 있게 되니까. 소중했던 우정과 추억의 시간도 더 깊이 마음속에 자리잡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는 하나의 아픔일 수도 있고 영원히 자신의 마음속에 지워낼 수 없는 흔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가만히 흐르는 시간처럼 자연스레 놓아주면서 함께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찾고 있는 사랑이란 감정이 아닐가 생각해본다. 소유와 집착이란 감정이란 날 위해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현실에 가만히 머물고 있는 나에게 따뜻한 사랑과 설레이는 감정의 발걸음은 다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게 될런지 그 궁금한 마음을 꺼내보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