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잿빛 속에 피어있는 장미의 보이지 않는 가시처럼 온다리쿠식의 본격 미스터리는 늘 가슴을 멍하고 한편으로 허전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번 무대는 바로 악의로 가득찬 고풍스럽과 호화스러운 한 정상의 호텔, 외딴 곳이기도 하고 또 미스터리에서 잘 발견해볼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이 너무 음치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깊이 자아내는 거 같다. 이야기속에 점점 빠져들다보면 허구와 사실을 분간할 수 없는 혼란스런 이야기들에 더욱 복잡한 인물들간의 관계와 숨겨왔던 진실의 실체가 어떻게 밝혀지려고 하는지 궁금하게 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싶지만 더더욱 그런 욕구를 내보이는 자신은 온다리쿠가 던져주는 카오스에 깊이 빠져들고 말 것 같은 기분이다. 의미심장한 주제단락을 뒤로 서로 다른 화자가 들려주는 6가지의 변주속에는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미스테리와 복잡한 남녀관계, 필연적으로 결국 벌어지고 마는 살인사건들이 혼재되어 독자를 알 수 없는 당혹감에서 스스로 갈등하게 만들어준다. 결고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그 속에 들어있던 깊숙한 심리묘사와 미묘한 시선들과 품고있는 날카로운 시선들, 허구가 섞이면 진실이 더욱 진한 향을 풍기게 된다는 한마디까지 그 모든 것이 기묘하고 이상한 세계속으로 갈라지는거 같다. 거짓과 농담이 뒤섞이는 진실은 누구를 향해 서 있는 것인지, 우리가 머릿속에 상상했던 것들이 소설 속 현실이 되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잠시의 긴장도 놓치지 못한채 끊임없이 고민하고 쫓아가야 한다. 온다리쿠식의 탁월한 인물관계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와 미묘한 시선처리도 무엇하나 가볍게 넘기지 말고 천천히 페이지른 넘기면서 짚고 살펴가야 그 허전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경계가 모호한 진실과 허구 사이속에 서 있는 기분이란 정말 어찌 앞으로 걸어가야할지 머릿속이 지끈해진다. 끔찍하고 잔인한 과거 사건의 이야기들,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살인의 연주곡의 서막이 어떤 종장으로 치닫을지, 여러 화자들의 시선속에 들려오는 이야기속에 과연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여겼을 믿음에 베어지는 또 다른 진실이란 무엇인지 뿌연 안개속을 걷고 있는 기분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 파헤쳐나가는 미스터리의 묘미를 발견해볼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그 어느때보다 모호한 분위기가 가득한 소설이었기에 온다리쿠식 특유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가 궁금해하는 독자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혼란이 가중되는 또 다른 소설이 이야기가 끼어든 것이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독자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게 될지는 좀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실의 실체만을 위해 무조건 쫓아가면 영원히 미로속에 갇힌 답답한 기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무언가는 진실이라 믿을 수 밖에 없었고 진실의 모호한 경계속에서 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온다리쿠 월드가 초대하는 이 환상의 미스터리의 즐거움은 기억의 모호함을 맘껏 즐겨보는 독자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