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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고전로맨스 영화를 틀어놓고 보는듯한 깊은 감상에
빠져들면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는 시간의 경계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국면으로 접어든
영국 에드워드 시대의 리버튼 대저택에서 한 세기 동안 숨겨져오면서 묻혀왔던
비밀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게된다.
오랜시간 이 비밀을 간칙한채 지켜온 이 소설의 관찰자격인 그레이스의 고백이
과거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회상됨에 따라서 80년전 14살의 그레이스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난 왜 그녀가 그 기억속에서 고통스러워할 수 밖에 없는지
의문과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은 욕구에 휩싸이게되었다.
대저택의 하녀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시작한 그녀의 눈에 비춰진 낯설고
두려운 첫 발걸음은 서서히 익숙함을 찾아가기 시작했지만 1924년 여름,
이 저택에서 벌어진 가장 커다란 인생의 비극적인 사건은 그녀의 운명을 쉽게
놓아주지 않고 있다. 한 젊고 유망한 시인의 자살, 이 광경을 목격한
그레이스가 간직한 비밀의 열쇠가 어떻게 우리를 더 깊이 이야기속으로
끌어들이게 될지, 복잡하게 얽혀진 비밀이 하나씩 파헤쳐지면서 그 진실에
가까워지는 기분은 더욱 혼란스럽고 허를 찔릴 수 밖에 없는 지경으로
더욱이 깊이 빠져들게 해주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 한 순간도 독자의 마음을 가만히 놓아두려하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의 소재 또한 작가의 노력의 결실이
깊이 베어있는 듯한 이야기의 탄탄하고 흥미롭게 빠져드는 흐름의 구성과
좋은 하모니를 이루었기에 결말로 치닫을때까지 그 긴 페이지의 분량을 재밌고
빠르게 넘길 수 있게 해준거 같았다. 시대의 새로운 바람이 부는 영국의 풍경
속에 그려진 리버튼의 모습은 그 어떤 소설속 무대보다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이 퍼져있었고 그 안에서 피어올랐던 남녀간의 로맨스, 또 비밀의
편지 속에 담겨진 거짓말의 진실은 엇갈린 비극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쉽게
말로 꺼낼 수 없는 여운을 남겨주는 듯했다.
더불어 시대적으로도 빅토리와 여왕의 통치시대가 물러난 후의 영국 사회의
상류사회를 비추면서 그들의 문화가 어떤 변화를 거쳐갔는지, 신분제 질서의
붕괴로 비롯된 커다란 혼란과 전쟁의 폐해로 벗어나지 못한 고통받는 이들의
트라우마도 함께 살피고 있어 더욱 작가가 던져놓은 이 소설의 배경 바탕의
이유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곳곳에 놓여진 진실의 잔상을 알려주는 복선과
암시적인 부분들도 중간중간 잘 놓치지 않는다면 이야기속에 숨어있는
이 작품의 매력을 더 한층 더 깊이 만끽하고 즐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을거 같다.
운명의 엇갈림이란 사랑을 너무 애처롭게 만드는 거 같다. 순간의 선택과
그 때 찾아오는 찰나의 시간이 조금만 바뀌었다면 어떤 다른 사랑의 모습으로
남겨질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아있게되니 말이다.
누구에게도 행복으로 기억되지 못한 슬픈 이별의 마지막 모습들이 속시원히
마음을 풀어주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남겨지는 이 소설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은 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치밀하고 준비되어 있는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되면서 눈을 뗄 수 없는 깊은 매력에
왜 취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된 리버튼과의 만남의 시간을 마지막 남은
여운까지 떠나보내면서 이 다음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의 이야기들로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지 기대와 설렘을 이어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