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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 서울 문학산책
유진숙 지음 / 파라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일상의 여유를 찾고 싶은 나에게 마음의 짐을 가볍게 덜어낼 수 있는
상쾌해지고 편안해지는 발걸음이 이어진 산책의 시간이었다.
분명 내 옆에 가까이 있는 것들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은 하루의 아쉬움을
이 책에 펼쳐져 있는 거리의 이야기엔 그와 연결된 지난 추억의 향수와
사람들의 시간들이 잘 뭍어 나 있음을 느끼게되는 순간들이 하나씩 나의
시선을 옮겨주려 한다.
주말의 편안한 휴식을 가져볼 수 있을 때 이 책에 그려넣어진 지도를 따라
하나씩 나의 발자취를 남기고 그 오랜 시간의 향취와 정겨움에 웃어보면서
삶의 아름다운 조각을 채워나가볼 수 있을거 같다. 한국근대문학에서 손꼽아
볼 수 있는 이들의 시와 소설, 수필들이 어떤 환경과 생각속에서 탄생되어
우리가 이렇게 지금도 읽어내려갈 수 있는지 미쳐 다 말하지도 듣지 못한
사연과 이갸기까지 함께 들어볼 수 있는 새로운 발견도 함께 하기에 생각의
품에 빠져 나도 함께 그 거리의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 더 깊게 스며드는거
같다. 그래서인지 작은 풍경과 길 위헤 놓아진 나무 한 그루가 더 없이
소중한 존재처럼 다가오면서 우리를 언제든 반겨줄 준비가 되어있는 듯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느껴볼 수 있는 시간도 열려있다.
소설속의 한 장면과 그 한 마디들이 오버랩되어 눈 앞에 펼친 서울의 거리와
남아 있는 길 위에 함께 호흡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의 삶을 더욱 깊이
공감하고 미쳐 다 꽃피우지 못한 삶을 기리는 시간을 떠올려보게된다.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도 있고, 원하지 않았던 운명의 마지막을 걸어야
했던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짧았던 인생의 시간 위에 쓰여진 그들의 아름다운
마무리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우리 기억속에 살아있기에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해진다. 누구나 한 번은 뜨거웠을 젊음의 시절에 사랑이 함께하고 말하지
마음속에 품었던 꿈들이 어떤 모습과 표정을 담고 있었을지 궁금해지는 여정의
시간이 또 다시 기다려지기도 한다.
옛 궁의 역사와 정취가 오늘의 나에겐 어떤 향과 생각들을 새로이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 정동네거리와 덕수궁을 넘어 따라가는 돌담길 위에까지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듯한 기분으로 가벼이 발걸음을 깨우고 싶다.
성북동의 오르막길도 힘들겠지만 차가 아닌 내 두 발로 천천히 시간을 두고
올라서서 그 언덕 윗자락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
각팍해지고 너무 현대의 색깔에 물든 동숭동 대학로에서 잘 찾아보지 못했던
옛 지성인들의 발자취를 한 번 따라가보는 시도도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으로
채워질 것이다. 솔바람 따라, 역사의 시간을 따라 내딛어보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길 위를 걸어가보자.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들이 왜 정겨운지, 놓치고 싶지 않은 인생의 기억이
되는지를 마음 속 깊이 함께 호흡하는 가치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