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지식 클럽 - 지식 비평가 이재현의 인문학 사용법
이재현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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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그 첫 느낌은 왠지 무겁고 나를 지루함에 빠트리고 오래 잘 견뎌내며 경청하며

들을 수 없는 딱딱함이 묻어난다. 내가 가진 이전의 편견이 그대로 옮겨온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들어톨 여지가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우선 그 제목부터 유별남을 느낄 수 있다. 두더지가 어떤 지식의

땅을 파헤쳐서 우리 앞에 던져주려고 하는가 하는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말이다.

 

지식 비평가 이재현은 이 책을 통해서 인문학에 대한 딱딱한 첫 인상을 말끔하게

씻어내줄만큼 새로운 세상을 읽는 39가지의 프레임과 코드를 재밌고 즐거운 언어의

풍족함으로 채워주고 있다. 고전 인문학같은 오래된 내용과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나 주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요즘 세대와도 잘 어울릴만큼의 언어코드를

맞춰 젊은 형식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내는 비법이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능수능란하게 다양한 시대속에 꼽아보고 싶은 이슈나 그 세계의 중심을

뽑아내어 사건이나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문학과의

자연스런 친숙함을 더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거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 현실을 두고보자면 나 역시도 그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공감해 볼 수 있었다. 곱지 않은 냉소적이면서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밖에

없고 내 귀와 눈으로 들어오는 단편적인 세상의 목소리와 정보를 모두 있는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병폐의 한 부분을 겪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암튼 무거운 주제라 할지라도 가볍고 경쾌하게 우리 앞에 잘 펼쳐놓을 줄 아는

그를 통해 쉽게 관심을 뒤 않았던  현재 우리가 대면한 이슈나 문제들에 관한

새로운 식견의 폭을 한층 더 넓혀 채워나가볼 수 잇는 기회를 마련해 볼 수 있었다.

서른 아홉편의 대화를 통해 한편으로 우리시대의 초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솜씨 좋은 인터뷰어인 이재현의 내놓은 대화속에는 우리가 살고있는 곳곳에 다 듣을 수

없는 문제들을 수면 위로 하나씩 끄집어내고 있다. 시대는 옛날의 한 역사속에

머무르는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로

시사되고 있음을 독자는 발견해 낼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뻗어보게 된다.

광풍처럼 몰아치는 환호속에 씁씁한 이면의 뒷자리, 그 불행한 그늘에서 여전히

올바른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과연 이 시대의 누가 외면하고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 반성의 시간과 자각을 가지게 하는 공간도 남겨두고 말이다.

 

저널리스트란 이름이 아닌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로 그가 우리에게 곱씹어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이름은 조용히 사장되는 듯하면서

오직 잘먹고 잘 살고, 남보다 더 나은 인생의 탄탄대로 걸어가고 싶은 욕망의

유혹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이 왜 문득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우리는 뿌리치지 못하는, 자신의 목소리 하나라도 소심껏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면서 지식인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빈 껍데기의 타이틀,

자칫 생각의 시선이 틀어져 모두가 삐뚤게 보여질 수 있는 착각의 망상에

살짝 발을 담가보기도 했지만, 분명히 나에겐 부족한 바가 여전히 많고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나가야 할지에  물음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하나씩 이 책의 대화를 통해

그 물줄기를 조금씩 열어나갈 수 있었던거 같다.

 

다양한 이슈와 사회적 문제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와 치열한 현실에 얽혀있는

우리의 모습에서 과연 타협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나의 지식클럽을 깊고 폭넓게

넓혀나갈 수 있는 노련한 두더지의 혜안과 지혜는 무엇일지 하나씩 발견해나가고 싶다.

오랜 역사와 고전, 문학속에 오늘날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다시 읽어보는

새로운 코드는 때론 재미와 위험이 오고가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똑바로

읽어나가게 해주는 중요한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유익하고 가치있는 기회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지식은 결코 가만히 머릿속에 축적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작가 이재현처럼

풍부한 지식의 항해를 오고가는 역량도 길러보고 싶어졌고 얽매이지 않는 시대의 코드와

자유자재로 대화도 마음껏 나눠보는 깊이를 더해보고 싶어진다.

과연 나는 과연 무엇을 외치는 어떤 두더지로 변모해볼 수 있을지 이번 자리를 통해

그기대를 실어보기로 했다. 인문학에 한 번 가볍게 발을 넣다 빼는 것이 아닌 진정 즐겁고

유쾌한 만남을 원하는 이에게 이 지식클럽의 문을 두드리라고 말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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