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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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가 스산한 어둠의 잿빛이 갈린 이야기의 시작은 우선 거침없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참혹한 살인의 현장을 먼저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놓고 있다. 약탈자란 존재한다. 무엇을 위해 생명을 빼앗고 버리는지는

몰라도 너무나도 가차없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가만히 버려진 인간의 시체가 아닌 숫양의 머리를 시체의 목 위에

얹어놓은 범인에겐 무차별한 살인에 대한 의도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품어가면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간다.

 

전쟁이란 배경의 시간은 생존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자신의 운명을

마음대로 결정짓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언제 살아남고 죽음으로

떠나게 될지 모르는 가장 깊이 자리잡은 고통과 두려움이 살갗으로

밀려들어오는거 같다.  전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한 연쇄살인범이 출항 대기중이던 순양함 "시걸 호"에 등장한다.

물론 자신을 나타내줄 수 있는 흔적들은 빠짐없이 지워놓은 채 단지

그 곳에는 머리가 사라진 희생자의 시체만이 흥건한 피로 물들어져

있을 뿐이었다. 기이한 살인사건의 시작을 파헤쳐나가는 중심에는

바로 베테랑 수사관 프레윈 중위와 그를 오래 지켜봐온 앤 도슨 간호사,

함꼐하는 수사팀 멤버들 서 있었다. 범인은 쉽게 현장에 지문이나

흉기의 증거조차 남가지 않는 주모면밀하고 치밀한 살인범임을

짐작하게끔 하면서 과연 유일하게 남아있는 피로 씌어진 O. T라는

머리글자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의문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첫 살인사건을 잇는 연쇄살인의 종소리가 연이어 울리게되고

첫번 째 용의자가 들어오게 되지만 쉽게 범인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채

잔인한 포식자의 정체는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여기서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또한 더욱 더 인간을 고독하고 지독히도

빠져나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탈출구를 바라보는듯한 절실한

공포엔 결코 한계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없었다. 이성이 자리잡을 수 없는

인간의 세계란 것은 결코 낯설게 떨어져 있는 우리의 얼굴이 아님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로를 향한 불신과 경계로 가득찬 상태에서

포식자의 거대한 멈추지 않는 위협속에 휩싸일 때 무엇이 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공포란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이 결코 지워낼 수 없는

기억과도 같은 존재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곧 그 스스로

두려움 표정을 머금고 자신을 지켜내려고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범인을 쫓아가는 여정속에는 작가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연막들이 곳곳에 쌓여있다.

연쇄 살인이 끝이 어떻게 마지막에서 멈추게 될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연쇄살인범인 약탈자의 실체와 그 과거에 얽힌 기억과 시간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가게 된다. 여러가지 제약으로 사건을 알아가는데 장애물이

생기기도 하지만 지루함 없이 이야기의 흐름을 빠르게 끌고 나가도록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막심 샤탕의 마력 또한 뺴놓을 수 없는

이 소설의 매력이 되어줄 거 같다. 더불어 인류에 살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있는 평화라는 시간이 전쟁이란 피의 언어에 물들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인류의 또 다른 얼굴은 언제 포식자의 먹잇감의 대상이 될지 알 수 없을

것이기에 그 경고의 메시지가 더욱 섬뜻하고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악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유년기 어린 시절부터 깊게 패인 상처와

얼룩진 기억의 엇나간 조각들이 점점 커져가갈 때 얼마나 안타까운

운명으로 치닫을 수 있는지 이야기속 범인의 기억속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깊이 피비린내나는 광기의 칼날이 어느 순간부터 날카롭게 누군가를

향하고 있게 되었는지를 읽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나약하고 가녀린 어린 시절의 시간들이 부모들에 의해 보호되고

지켜질 수 없을 때 얼마나 섬뜩하고 참혹한 운명으로  내버려질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분명한 날카로운 경고로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의 심리를 심도있게 그려내면서 흡입력있는 전개와

구성들의 조화가 급박하게 서두르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고  인간의 공포와 죽음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접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던거 같다.

혹시라도 내 속에 소리없이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광기가 언제라도

호시탐탐 날 향해 고개를 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지, 평온한 인류에 살고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사실은 서로를 향해 늑대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보고 싶어진다.

악의 3부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강렬한 인상과 여운이 남는 깊은 인간

내면의 어두움이 또 내 마음을 새로이 움직여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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