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속에서는 일상에서 만나지 못한 다양한 세계가 있다. 그것이 일상의

현실처럼 익숙해질 수도 있고, 어이없는 환타지 같은 세계의

허구로 가득찰 수도 있을 것이다. 호불호가 나뉘어질 수도 있고 다 식어

미지근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기울이는 듯한 어중간한 기분에

서있기도 하고 말이다. 또 일상은 지루하면서도 늘 새롭고 신선한 충격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고 재밌고 즐거운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늘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준비된 개봉 신작의 영화는 뜨거운 호응속에

끝없이 입소문을 퍼트려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예상치 못한 참담한

흥행실패로 고개를 떨구면서 쓸쓸히 퇴장한다.

부정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의 냉정한 단면을관객들은 모두 헤아려주려고

하지 않으니 미리부터 속 타는 심정은 오죽할까 생각해본다.

이 정도가 현재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영화에 대한 단편적인

조각처럼 보여진다.

 

대책 없이 해피 엔딩, 두 남자 김연수, 김중혁 두 친구의 유쾌한 대구

에시이에는 저마다의 우리 인생에서 바라보게 되는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대변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생생히 돌려주고 있다.

마치 동네 친한 영화 매니아인 형의 얘기를 옆에서 듣는 듯한 기분으로

편하게 만나면서도 또한 내 생각을 여럿 품어보면서

떠올려본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했다.  

어떤 영화를 관람하면서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 솔직하고

담백하지만 아낌없이 날카로운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1년의 시간동안 들려준 영화관람기 속에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거

같은 지루한 하루가 사실은 모두가 다른 나날의 연속으로 새롭게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말해주면서 우리 각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도

그 목소리를 높여준다.

 

사실 영화를 보게 되면 개인적인 취향 차이로 뻔한 스트리텔링을 그래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를 찌르는 반전과 머리가 하얘지는 듯한

탁월한 선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늘 듣게 되는 소리지만 똑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서로 엇갈린 호평과 혹평속으로 나뉘는 모습을 자주

만나는 건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니까 말이다.

분명  처음부터 영화의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지만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난해함은 그대로 풀리지 않는

의문의 부호로 남기도 한다.

머 어찌 영화를 보며 이것이 옳다 그르다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살면서 이런 저런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채 서로를 부정하고 쏘아붙이는

치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정답은 누구 한 사람만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기탄없이 서로를 터놓을 수 있는 마음을 나도 좀 가져보았으면 했다.

 

정동에서 심야영화를 3편보면서 결국 2편을 다 보지도 못한채 잠이

들고만 기억도 떠올려봤고, 추운 겨울날 한 해의 마지막 날

<쌍화점>을 보면서 애틋함보다 허무한 생각에 사로잡혀보기도 했으니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의 표정과 만족도는 너무나 다양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비싼 티켓값을 하지 못한다고 툴툴거린 적도 적지

않으니까 말이다.

언제 부턴가 극장에서는 화련한 액션과 그래픽이 펼쳐지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때만 간다고 정해놓게 된 걸 보면 난 과연 영화를 좋아하는

행복한 관객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까지는 뜨거운 눈물과 감동의 물결을 내 마음속에 옮겨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인지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에 가만히 지켜서서

남아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여운같은 것은 이미 지나간 시간처럼 보내버리는

기분을 생각해본적은 있을까?

 

이 책은 그 동안 영화를 감상하며 무의식적으로 지나쳐왔던 나의 머리속에

먼가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심어주는 거 같다.

좀 더 마음을 깊이 움직여 보는 것, 커다란 시간과 공간속에서 묘한

세계의 즐거움과 신선한 새로운 풍경을 찾아보라는 것,

좀 더 진듯하게 영화를 감상해보는 여유를 맛보면서 그 영화가 말해주고

싶은 주제와 의미도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

쯤이 될거 같다.

 

혼자만의 고독만을 즐기며 영화를 보려고 하지말고 즐겁게 함께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커피 한잔에 같이 즐겁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의 한 조각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다.

두 작가의 오고가는 이야기 속에 영화라는 소재는 우리가 보지못한

풍부한 상상이 되어주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은우리 현실의

이면을 날카롭게 꼬집어 주기도 하면 통쾌한 기분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여러 영화를 만나다보면 분명 만족했던 선택도 있을테고 왜 그런 영화를

보려고 했을까 하는 후회를 남길 때도 있게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 하나하나를 나의 삶과 놓고볼 때 개개의 영화들은

서로 다른 거 같아도 저마다 우리 자신과 삶을 연결시켜주는 좋은 인생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대책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스스로 당황해 본적이 있었던가?

그런적이 있더라도 이제는 그런 상황에 더 이상 고민에

빠지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에게 어떤 삶이 필요한가 생각해본다면

좋아하는 일에 충실히 빠져보면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이

그 첫번째 하나가 되어줄 거 같다.

 

지금 내가 거울에 짓고 있는 표정과 숨겨둔 마음의 속내를 한 번

꺼내보도록 하자. 우리 앞에 매일 펼쳐지는 인생의 해피엔딩을 더 당당하고

마음껏 맞이해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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